“사람이 먼저라더니 학교 밑으로 터널이 웬말이냐. 문재인 정부는 광명서울고속도로 건설을 즉각 철회화라.”
광명서울민자고속도로 건설에 반대하는 구로구 항동 주민들이 25일 오후 4시 청계천 소라광장에 모여 광명서울고속도로 건설 철회를 촉구하는 대규모 집회를 열었다.
이날 집회에는 항동 주민 외에도 서울시 강서구와 광명시, 부천시 대책위 주민 등 1천여명이 참석했다. 특히 초등학교 밑으로 터널이 지나가는 것을 격렬하게 반대하는 항동지구 초등학생 학부모들이 아이들과 함께 참석해 건설 반대 나팔과 구호를 외쳤다.
유선미 고강아파트 비대위 총무가 제일 먼저 발언대에 올라 고속도로 건설에 따른 환경 피해의 불가피성을 들어 건설 반대를 촉구했다.
유 총무는 “공사 시 발생하는 소음과 발파 피해, 미세먼지 발생, 지반 침하와 건물붕괴 우려, 재건축 어려움 등 주민의 삶과 환경을 파괴하는 이 공사는 무모한 계획”이라며 “국민의 안전과 삶의 기반을 무너뜨리는 민자고속도로 건설사업을 중지하라”고 촉구했다.
“국토부의 일방통행 더는 묵과 안 돼” 김현미 장관 퇴진 촉구
국토부가 시민의 안전을 무시한 채 수도권 교통난 해소를 위해 민자개발업자의 손을 들어 준 사업이라는 비판도 제기됐다.
최재숙 부천시민연합 공동대표는 “고강IC 건설은 국토부가 신도시 개발을 명분으로 광명서울고속도로를 밀고 나가겠다는 의지의 표명”이라며 “국토부가 국토의 균형발전과 주민의 안전보다 서울과 수도권의 인구팽창에 따른 교통난 해소를 위해 서서울고속도로와 같은 민자개발업자들의 손을 들어주는 것”이라며 비판했다.
이승봉 광명대책위 상임대표는 구체적인 수치를 제시하며 국토부의 일방적인 사업 추진에 결사 투쟁으로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고속도로를) 지상화로 짓는다고 하는 것은 그 바닥 면적이 82m, 그리고 그 위로 11m를 토성을 쌓아 20m 도로를 만들게 되어 있다. 완전히 6층 높이의 큰 건물이 가로막는 상황”이라며 “그 위에다 방음벽까지 설치하면 대략 20m의 토성이 쌓아진다. 이런 어마어마한 일을 벌이면서도 국토부는 우리 시민들과 한 번도 상의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깜빡 깜빡했냐? 쓰러진 상도유치원”
주민대표의 발언 후 고속도로 건설의 위험성을 꼬집는 내용을 개사한 남행열차 노래 공연도 이어졌다. 대책위 최윤희 씨가 개사한 것으로 알려진 이 노래는 지난해 발생한 상도유치원 붕괴 사고를 빗댔다.
국토부는 나와라 마주 보아라 항동초등 학생 얼굴을
주민안전 무시해 학생안전 나몰라 주민분노 하늘 찌르네
깜빡 깜빡했냐 쓰러진 상도유치원
갈라져야 볼테냐 무너져야 볼테냐 국토부 가만안둔다
고속도로 승인을 즉시 철회하거라 착수계 철회하거라
수직구를 뚫었냐 항동지구에 흔들리는 항동초등학교
아이눈물 흐르고 주민눈물 흐르고 항동주민 분노 터지네
깜빡 깜박했냐 무너진 상도유치원
갈라져야 볼테냐 무너져야 볼테냐 국토부 가만안둔다
고속도로 승인을 즉시 철회하거라 착수계 철회하거라
“폭탄을 안전하게 터트리겠다는 말, 믿을 수 없다”
대책위의 노래 공연이 끝난 후 세월호 참사가 주는 교훈을 잊지 말아야 한다는 주민 발언이 이어졌다.
김혜은 항동 하버라인아파트 예비입주자는 “제가 세월호 사건에서 얻은 가장 큰 교훈은 선생님 말씀을 잘 듣지 말자는 것”이라며 “객실에서 구조를 기다리며 가만히 자리에 앉아있으라는 말을 들었을 때 자신의 귀를 의심하고 갑판으로 뛰쳐나와 구조를 기다린 사람들이 살아남았다”면서 정부가 주장하는 안전에 대해 의구심을 표했다.
그는 “땅을 파서 경제를 살리겠다는 문재인 정부, 두더지 정부를 못 믿겠고, 폭탄을 안전히 터뜨리겠다는 주식회사 서서울고속도로의 말을 믿을 수 없다”면서 “저는 항동하버라인 배를 탔고 순항하다가 지하땅굴이라는 거대한 암초를 만났기에 지금 갑판으로 올라와 SOS를 외치고 있다”라고 말했다.
"하나뿐인 내 집과 아이들이 위협받고 있다"
항동초등학교 학부모의 간절한 심정이 담긴 발언도 이어졌다.
이한주 항동초등학교 학부모대표는 “작년에 청약해 놓고 당첨되면서 내 평생 행운을 다 썼다고 할 만큼 농담하며 기뻤다”면서 “하지만 마음 한쪽엔 광명서울고속도로가 늘 걱정처럼 자리 잡고 있다. 누군가의 이익을 위해 우리 하나뿐인 내 집과 아이들의 안전을 위협받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한 학부모는 답답한 마음에 매일 몇십 개의 민원을 넣고 있고 한 학부모는 소심하고 조용한 성격임에도 집회 때마다 직접 개사한 곡으로 노래를 부른다”면서 “다들 각자의 방식으로 치열하게 싸우고 있다. 학부모회에서도 적극적으로 철회를 위해 힘을 모으겠다”고 말했다.
이날 집회는 대책위 관계자와 주민대표의 발언, 유선미·박건영 비대위원의 결의문 낭독, 대책위 댄스공연으로 마무리한 뒤 참가자 전원이 청와대까지 보도로 이동해 항의 집회를 이어갔다.
한편 이날 집회는 최재희 항동지구현안대책위원장의 사회로 진행됐으며 김재식 자유한국당 구로갑위원장, 유선희 민중당 구로위원장, 구로구 김인제 시의원과 박평식·김희서 구의원 등 구로지역 정치인 다수가 동참했다.
광명서울민자고속도로 건설 반대 공대위 결의문
오늘 이 자리에 모인 우리는 국책사업을 빙자하여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고 안전을 위협하는 광명-서울민자고속도로 건설 사업은 반드시 청산해야 하는 적폐 중의 적폐임을 천명한다.
촛불로 세워진 문재인 정부는 박근혜 정부와 무엇이 다름을 보여주었나?
문재인 정부는 국책사업이란 미명하에 지방분권, 주민참여의 틀을 깨고, 주민 의견 수렴도 없이 일방적으로 사업승인 고시를 하였으며 이제는 민간투자 활성화를 앞세우며 성급히 연내 공사 착수를 밀어붙이고 있다.
또한 이 사업을 추진, 시행하고 있는 책임의 주체는 국토교통부다. 하지만, 사업시행업체인 서서울고속도로가 ‘이 사업을 추진하는 데 있어 주민설명회와 관계기관 협의 등의 의견을 반영해 법적 기준과 절차를 준수해 가고 있다’는 말도 안 되는 공문을 보내게 하는 등 시행사가 민원을 처리하고 있는 주체라 발뺌하고 있다. 민간 사업자가 아닌 국토부가 책임지고 문제 해결에 나서야 할 것을 다시 한번 밝힌다.
광명-서울민자고속도로 사업은 애초에 민간 자본의 돈벌이를 위한 서서울고속도로의 무모한 계획안을 국토부가 승인한 것이다.
아직 도시화가 진행되지 않은 광명 구간은 고속도로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지상 구간 고속도로 건설을 하지 말아야 한다 하지만, 예산이 많이 든다는 이유로 지상으로 도로를 기획하여 광명시민의 생활권을 단절시키고 지역공동체를 파괴하며, 생태를 심각하게 훼손시킨다. 부천시민의 허파인 숲을 훼손하여 환경권을 침해하고, 하루 10만대가 오고 가는 엄청난 양의 미세먼지 발생을 가져올 지하도로 건설은 부천시를 죽음의 도시로 만들 것이다.
또한 국토부가 제대로 된 보상 없이 토지를 사용하기 위해 터널 발파가 아무런 피해를 미치지 않는다고 주장하나 삼두아파트를 비롯한 전국 각지의 사례와 같이 수천 회 발파 진동으로 약화된 지하수 침몰에 의한 지반 침하, 싱크홀 발생으로 인한 안전사고는 수천 세대에 달하는 서민들의 주택과 아파트단지 주민의 삶을 고통과 공포 속으로 내몰고, 항동초등학교를 다니는 안전은 심각하게 위협받는다.
서부권 교통 수요를 대비하나는 민자사업은 강서구민을 교통지옥과 매연으로 내몰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지역주민들의 고통은 외면한 채 당장의 가시적인 성과에 급급해 사람보다 자본의 이익을 먼저 생각하는 폭력적이고 이율배반적인 행태를 더이상 지속해서는 안된다. 성난 민심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광명, 강서, 구로, 부천, 그리고 지하공사로 피해를 당하는 수많은 주민들의 외침에 응답하기 바란다.
이 자리에 모인 우리들은 헌법에 보장된 국민의 생명과 건강, 행복추구권을 위해 우리의 요구가 관철될 때까지 끝까지 싸울 것이며 다음과 같이 결의한다.
-우리는 국토부가 공사착수를 철회시키도록 총력투쟁 할 것을 결의한다.
-우리는 주민의 안전과 환경침해에 무관심한 정치인들을 심판할 것을 결의한다.
-우리는 이 광명서울고속도로 철회를 위해 연대하여 투쟁할 것을 결의한다.
-우리는 주민들의 안전과 환경, 재산권을 침해하는 일방적 도로건설 적폐청산을 위해 투쟁할 것을 결의한다.
광명서울민자고속도로 건설 반대 공대위 집회 참가자 일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