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급 발암물질 검출돼도 아파트 공사 강행해
김철근 : 구로에는 다섯 가지 중대한 현안이 있습니다.
첫 번째는 서부간선도로 지하화 문제입니다. 이건 철도 지하화와는 각도를 달리해서 바라볼 필요가 있습니다. 서부간선도로가 지하화되면 상당히 긴 구간의 지하터널이 생겨나기 마련입니다. 그러면 터널 안을 운행하는 수많은 자동차들이 뿜어내는 유해한 배기가스를 터널 밖으로 뽑아내는 숙제가 당연히 제기될 수밖에 없습니다. 지하고속도로 환기에 사용될 환기구 때문에 신도림 지역의 주민들의 걱정이 이만저만 큰 게 아닙니다. 환기구로 분출된 차량 배기가스와 미세먼지에 대한 저감대책이 확실히 강구되지 않은 상태에서 공사가 진행되는 탓입니다.
두 번째는 남부교정시설 부지에 관한 일입니다. 이 부지의 면적은 평수로 3만 3천 평 가량입니다. 서울 안에 남아 있는 마지막 노른자위 땅으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현재 여기에 2천 2백 세대의 민영 임대주택이 건축될 예정인데, 최근에 해당 공사장에서 1급 발암불질인 비소가 검출되었습니다. 그럼에도 공사를 계속 강행하고 있습니다. (언성을 높이며) 1급 발암물질이 발견됐는데도, 주민들이 매우 강력한 문제제기를 하기까지 했는데도 말입니다. 나중에 어떻게들 뒷감당을 하려고 하는지 도대체 모르겠습니다.
세 번째는 오류 전통시장과 관련된 현안입니다. 이 오류 전통시장의 노후화 현상이 벌써 오래전부터 심각한 단계에 접어들었습니다. 오류 전통시장의 개선 방향을 둘러싸고 의견이 엇갈리고 있습니다. 한쪽에서는 민간 자본이 들어와 주상복합 형태로 개발을 하자는 입장을 취하고 있습니다. 반대로, 상인들께서는 전통시장의 형태를 유지하면서 시설을 개선하는 방안을 희망하고 있습니다.
의견 대립이 격화되다 보니 법정 소송으로 비화되고 말았습니다. 게다가 시행사도 여러 번 바뀌었고요. 그래서 한동안 손을 놓다시피 해왔습니다. 그러다 최근에 지역 주민들 사이에 국가나 서울시, 또는 구로구청 예산을 투입해 공공개발을 해달라는 여론이 일고 있습니다. 오류동 전통시장의 재단장 사업이 막대한 예산이 소요되는 일은 아닙니다. 더욱이 공공개발의 사례는 이미 많이 나와 있습니다. 뚝섬경마장이 서울숲으로 다시 태어난 경우도 있고요. 그러므로 오류시장을 어떻게 할 것인지를 결정하는 일을 더 이상 늦출 이유가 없습니다.
네 번째 현안은 구로구 항동 지구를 지하로 통과할 예정인 서서울 민자고속도로 문제입니다. 이것 때문에 지금 항동 주민들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습니다. 이곳 지반이 매우 취약하기 때문입니다. 저도 이 일과 관련해 바른미래당 대변인으로서 공사 강행의 부당성을 지적한 적이 있습니다. 이 문제는 노선 변경과 같은 방법을 통해 항동 주민들의 의사를 충분히 반영할 수가 있습니다. 군사작전 벌이듯이 일방적으로 밀어붙일 사안이 아닙니다.
다섯 번째 중대 현안은 서울수목원과 관계가 있습니다. 서울수목원은 서울 서남부권에서 제일 큰 자연수목원입니다. 그런데 이 수목원 바로 옆에 「자원재생센터」라는 명칭의 음식물 쓰레기 집하장을 현재 짓고 있습니다. 수목원 곁에 음식물 쓰레기 집하장을 만들려면 지역주민들이 참여하는 공청회를 비롯한 다양한 여론수렴 절차를 반드시 충실하게 밟아야만 합니다. 하지만 그러한 과정을 제대로 거치지 않았기에 이 건 역시 서서울 고속도로와 매한가지로 구로 주민들로부터 격렬한 반대와 비판을 사고 있습니다.
저는 이 다섯 가지 구로구의 중대 현안이 지역 주민들이 원하는 방향과 방식으로 문제가 풀려나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김철근 위원장이 고민하는 이 다섯 가지 중대 현안들에는 결정적 공통점이 있다. 구로구가 힘이 없어서 비롯된 문제들이라는 것이다. 구로에 지역구를 가진 국회의원들은 힘이 있다. 그러나 그들의 끗발은 여의도 정치권에서 자신들의 입지를 다지는 데만 유용하게 도움이 되는 힘이지, 50만 명 가까운 구로구민들의 이해와 요구를 효과적으로 대변하는 데는 별 보탬이 되지 않는 힘으로 판단된다. 정치인의 힘과 유권자의 무력함이 동전의 양면관계를 이루며 절묘하면서도 서글프게 공존해온 사태는 한국정치의 고질적 적폐이다. 이 해묵은 적폐는 문재인 정권이 출범한 이후로 청산은커녕 외려 더욱더 켜켜이 쌓여가고 있을 뿐이다.
왜 구로에는 임대주택만 짓는가
저는 이런 일들 앞에서 정말 분노가 솟구치곤 합니다. 그래서 좀 심하게 말하면 더불어민주당은 구로구가 잘사는 것을 반기지 않는 것 같다는 느낌마저 들 지경입니다.
왜냐? 구로구가 잘사는 동네로 변화하고, 국내외 내로라하는 기업들이 구로 지역에 앞 다퉈 투자를 하게 된다면 구로구는 부자들이 많이 사는 동네로 탈바꿈하게 될 겁니다. 그러면 어떤 일이 벌어지겠어요? 현재의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을 지지하는 유권자들의 숫자가 줄어들거나, 아니면 기존 유권자들의 투표 성향이 더불어민주당을 지지하지 않는 쪽으로 바뀔 가능성이 커질지도 모릅니다.
그러지 않고서야 구로구에 계속 임대주택만 짓지는 않을 겁니다. 천왕동에 새로 건축된 아파트의 80퍼센트 이상이 임대주택입니다. 옛 남부교정시절 터에 공사 중인 아파트들 중에서도 2,200세대가 임대주택입니다. 개봉 네거리에 자리한 과거 한일시멘트 공장이 있던 부지에도 1천 세대가 넘은 임대주택이 건설될 예정입니다.
구로구에 임대주택을 짓는 것은 좋은 일입니다. 그런데 구로구에 임대주택만 자꾸만 지으니 주민들이 어리둥절해하는 것입니다. 구로구 곳곳에 신규로 올라가는 아파트 단지들이 그렇게 전부 임대주택인 현실이 과연 온당하다고만 볼 수가 있을까요? 사회적 약자들을 위한 주거시설은 당연히 필요합니다. 그런데 그 주거시설이 공교롭게도 구로구에만 계속 지어지는 것이 구로구 차원에서도, 서울시 수준에서도, 그리고 나라 전체적으로도 과연 바림직한 상황일까요?
저는 우리나라가 국가적으로 범국민적인 계층상승 전략을 채택해야만 한다는 입장을 오래전부터 견지해왔습니다. 서민은 중산층으로 올라서야 합니다. 중산층은 부자로 발돋움해야 합니다. 그리고 부자들은 세계적 거부로 도약해야만 합니다. 모두가 오늘보다는 더 나은 삶을, 더 좋은 삶을, 더 윤택하고 풍족한 삶을 내일은 누려야 옳습니다.
이인영과 박영선은 책임이 없을까
그러나 어찌된 일인지 구로에서는 세상이 거꾸로 돌아가고 있습니다. 이성 현 구로구청장은 구로에서 구청장으로 3선을 했습니다. 구로을은 박영선 의원이 현재의 지역구에서 내리 3선을 거뒀습니다.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을 겸임하고 있는 박영선 의원은 지역구 의원에 앞서서는 비례대표 의원을 지냈다. 그는 통틀어 4선 중진 의원이다.
구로갑의 이인영 의원은 구로갑에서 17대, 19대, 20대의 3선 국회의원을 하고 있습니다. 여기에서 보셨듯이 구로구는 민주당의 전통적인 강세 지역입니다. 구로구의 3거두(빅스리)로 불리는 구청장과 지역구 국회의원 모두를 집권여당이 싹쓸이해온 형국입니다. 그러니 구로구가 가난하고 낙후된 동네의 대명사에서 벗어나지 못한 일에 대해 더불어민주당이 책임이 없다고 말하기는 매우 어렵습니다.
구로는 잘사는 동네로 환골탈태해야 합니다. 주민들의 소득이 높고, 거주환경이 쾌적하며, 교육여건이 우수하면서도 교통이 편리한 지역으로 구로구는 더 늦기 전에 거듭나야만 합니다. 구로구 주변의 서울시민들과 경기도민들이 하루라도 구로를 찾아오지 않을 수 없게끔 지역의 면모를 괄목상대하게 확 일신시켜야 합니다.
이와 같은 담대한 변화의 핵심에는 다시금 말씀드리거니와 구로 지역을 통과하는 철도를 지하화하는 일이 필수과제로 가로놓여 있습니다. 구로를 통과하는 전철과 고속철도가 점유하는 공간의 면적은 진짜 엄청나게 넓습니다. 심지어 폭이 100미터에 달하는 곳조차 있습니다.
철도 지하화 목표를 성공적으로 이뤄내면 이 드넓은 대지에 공원과 문화시설과 상업지구 등의 다양한 공간과 구조물들이 들어서게 됩니다. 오랜 세월 남과 북으로 인위적으로 분단되어온 구로가 하나의 구로로 완벽히 합쳐질 수가 있습니다. 지금은 철길로 막히고 고가도로고 찢긴 구로가 안에서나, 밖으로나 사통팔달이 가능한 곳으로 단번에 천지개벽될 것이 분명하기 때문입니다. (③편에서 이어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