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남투데이=강우영 기자] 최재희 항동지구현안대책위원장이 13일 무기한 단식에 들어간 지 이틀이 지났다. 최 위원장은 광명서울민자고속도로 착공을 중단하고 주민과 협의에 나설 것을 요구하고 있다. 아파트와 학교 아래로 터널이 지나가는 주변 지역민 모두 최 위원장의 단식을 안타까워하면서도 한편으론 응원하고 있다.
주민들은 문재인 대통령에게 ‘안전한 대한민국’을 건설해 달라고 오랜 시간 호소했다.
최재희 위원장은 12일 단식에 들어가기에 앞서 기자회견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세월호 참사의 진상규명을 요구하며 광화문 광장에서 단식농성을 했고 당선 후에는 안전한 대한민국을 최우선의 가치로 하겠다고 약속했다"면서 광명서울고속도로 건설이 정말 안전한 것인지 물었다.
지난 몇 개월 동안의 호소에도 문재인 대통령은 이렇다 할 말이 없다.
국토부와 서서울고속도로 측은 공사 강행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한편으론 주민들의 시위와 항의집회에 모르쇠와 무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다. 7일 오후 7시에 열린 서서울고속도로 측 주민설명회에는 지난 1차 때와는 달랐다.
주민들이 부부젤라를 불며 서서울고속도로 측의 설명회 진행을 막았지만, 서서울 측은 미리 설치한 바리케이드 안쪽에서 발표를 강행했다. 반대 목소리와 부부젤라 소리로 시끄러운 상황에서도 광명서울고속도로에 대한 홍보영상이 상영됐다. 스피커에서는 이를 설명하는 음성이 흘러나왔다. 이날 서서울 측의 모습에서는 어떤 식으로든 공사를 강행하겠다는 의지가 엿보였다.
국토부는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항동지구현안대책위(이하 대책위)와 국토부는 지난 2월 ‘양 측 합의 없이 항동지구 내 지하안전 영향평가 검토를 하지 않는다’라고 서면합의해 사실상 합의없이 공사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그 약속은 깨진 지 오래다.
김현미 국토부 장관은 지난 2012년 국회의원 시절 광명-문산 고속도로 건설 재검토를 촉구하며 사실상 건설에 반대했다. 김 장관은 자신의 과거 행적도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주민들은 이제 마지막이라는 심정으로 지역구 국회의원에게 일말의 기대를 걸고 있다. 기자는 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의 의견을 듣기 위해 14일 오전 11시 여의도 국회의사당 내 민주당 원내대표실을 찾았다. 이 원내대표와 보좌관 2명 모두 부재중이었다. 한 보좌관에게 전화를 걸었다.
지역 주민들이 7월 1일 공사가 강행되는 것이 아닌지 상당히 불안해하고 있으며 주민 한 분은 단식에 들어갔다고 말하자, 해당 보좌관은 “그래요?”라고 답했다. 그는 모르고 있었다.
지역 주민들은 이 문제를 대단히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으며 집회와 시위를 계속하고 있는데 이 의원이 어떤 식으로든 액션(행동)을 취해야 하는 게 아닌지 물었다. 그는 “지역 보좌관이 주민들이 집회할 때마다 매번 참석해서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다”면서 기자가 그런 것도 모르고 질문하느냐고 비꼬았다.
이 문제로 이 의원이 주민들에게 욕을 많이 먹고 있는 걸 알고 있느냐고 묻자 그는 “정치인이 욕먹는 거 당연한 거 아니냐”며 대수롭지 않게 웃어넘겼다.
‘묵묵부답’과 ‘모르쇠’, ‘무대응’과 ‘무관심’ 속에 주민들만 목숨 걸고 싸워야 할 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