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김헌동③ “부천 대장신도시, 만들지 않는 게 정답이다”
  • 공희준 메시지 크리에이터
  • 등록 2019-06-17 14:25:48

기사수정
  • 참여정부와 문재인 정부가 수도권의 허파 그린벨트 앞장서 파괴해
그린벨트는 지난 30여 년간 꾸준히 파괴돼왔다. 개발제한구역을 허문 동기는 여러 가지였으나 그 으뜸 되는 동기는 서민층의 주거난 해소였다. 그렇게 야금야금 잠식되어온 그린벨트는 신도시 개발을 추진할 적마다 특히나 뭉텅이로 싹둑싹둑 잘라져나갔다.

참여정부와 문재인 정부는 인물도, 이념도 같이하는 정부다. 참여정부와 문재인 정부를 굳이 구분할 필요조차 없는 까닭이다. 문제는 하필이면 강남집값 폭등과 그린벨트 훼손처럼 결코 닮지 말아야 할 부분들에서 문재인 정부는 참여정부를 유달리 제일 판박이로 빼닮았다는 데 있다.

김헌동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부동산건설개혁본부 본부장은 참여정부 당시에 정부의 그릇된 부동산 정책과 격렬히 싸우며 무주택 서민대중의 주거안정에 요구되는 실효성 있는 조치들이 진짜로 무엇인지를 국민들에게 알리려고 노력했었다. ‘참여정부 시즌2’라 명명해도 전혀 과장이 아닐 문재인 정부가 대한민국을 부동산 망국의 벼랑 끝으로 몰아가는 요즘, 김헌동 본부장은 골리앗과 마주한 다윗의 심정으로 거대한 국가권력에 맞서서 서민들의 주거복지를 실현하는 싸움에 다시금 나서고 있다.

대장신도시, 지으려면 라데팡스처럼 지어야


김헌동 본부장은 부천 대장신도시는 2기 신도시들처럼 베드타운에 머물 것으로 내다봤다. (사진=김대희)

김헌동 : 라데팡스(LA DÉFENSE)는 프랑스 파리에 세워진 신도시입니다. 라데팡스는 베드타운으로 전락한 한국의 신도시들과는 달리 자족도시로 기획되었습니다. 이곳은 자동차들이 지하로 운행하게끔 설계가 됐습니다. 땅위에서는 사람들만 다니도록 건설돼 있습니다. 자동차가 지하로만 통행해도 무리가 없게끔 환기시설이 잘 구비돼 있음은 물론입니다. 차량들이 땅속으로만 다닌다고 해서 교통이 불편한 것도 아닙니다. 기존의 파리 도심과의 연결망이 편리하고 효율적으로 구축돼 있기 때문입니다.


라데팡스의 또 다른 특징은 주거지로서의 기능은 거의 없다는 점입니다. 라데팡스의 중추적 역할은 업무지역으로서의 기능에 있습니다. 라데팡스는 우리에게 ‘신도시=주거지역’이라는 선입관을 벗어날 것을 촉구합니다.


부천의 대장신도시를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대장신도시가 업무지구로 건설되어야 서울에서 이곳으로 사람들이 낮에도 일하러 올 것 아닙니까? 대장신도시를 참다운 자족도시로 만들길 바란다면 신도시로의 개발이 예정된 부지의 3분의1을 업무용 지구로 조성해야만 합니다.


주택을 짓고 싶으면 업무용 빌딩의 위에다 소형 주택으로 지은 다음 토지는 국가가 보유한 상태에서 건물만 임대해주면 됩니다. 가령 35층짜리 건물을 신축한다면 15층 정도까지는 사무실로 꾸미고, 그 위에는 주거공간으로 구성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가 있습니다. 그래야 명실상부한 자족기능의 구현이 가능합니다. 사무실과 집이 서로 동떨어진 지역에 있을 필요가 없는 겁니다.


이와 같은 획기적인 발상의 전환이 전제되지 않는다면 대장신도시는 서울에서 집을 얻기 어려운 사람들을 위한 잠만 자는 곳이 될 확률이 매우 높습니다. 저는 역으로 대장신도시에 오피스 타운을 건설하자고 제안하고 싶습니다. 서울이 잠만 자는 곳이 되지 말라는 법은 없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흘러가는 분위기는 영 딴판입니다. 2시 신도시를 건설할 적에도 자족도시를 만들겠다고 정부에서는 호언장담을 했었습니다. 실제 결과는 어땠습니까? 판교신도시 하나를 예외로 하고는 나머지는 전부 베드타운이 되고 말았습니다. 게다가 판교신도시도 엄밀하게 따지만 베드타운 성격이 짙습니다. 2만 9천 호의 주택에 대략 9만 명의 주민들이 거주하고 있는 이유에서입니다. 판교신도시는 그 옆에다 업무용 건물들을 덧붙인 개념과 모양새입니다.


대장신도시는 계획대로라면 김포공항과 가까운 위치에 들어서게 됩니다. 비행기에서 생겨나는 소음에 대한 우려가 클 것으로 보입니다. 과거에는 비행기가 이착륙하면서 발생시키는 소음이 엄청 심각했습니다. 그렇지만 21세기에 와서는 항공기 제작기술이 급속히 발전하면서 비행기에서 나오는 소음이 대폭 줄어들었습니다.


그럼에도 육중한 쇳덩어리가 머리 위를 낮게 지나갈 때 사람들이 느끼게 되는 본능적 공포감을 완전히 떨쳐내기는 어렵습니다. 저는 비행기 소음 피해보다는 항공기가 주민들에게 안겨줄 이러한 시각적인 본능적 공포감이 대장신도시의 주거여건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훨씬 클 것으로 전망합니다.


신도시 건설은 올바른 정답도, 바람직한 해법도 아니다


김헌동 본부장은 20조를 들여 그린벨트를 헐어 만드는 신도시는 불필요하다고 단언했다. (사진=김대희)문제의 본질과 핵심은 정부가 신도시라는 명목으로 그곳에 꼭 아파트를 지을 필요성이 있느냐는 데 있습니다. 20조 원이 넘는 천문학적 액수의 막대한 사업비를 써가면서까지 대장신도시를 기어이 만들어야만 하는 데에 있습니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대장신도시 건설 사업 지역으로 발표한 곳은 환경적으로, 생태적으로 보존해야만 할 가치가 차고도 넘치는 곳입니다.


그린벨트 지역은 수도권의 허파와 다름없는 땅입니다. 참여정부는 2기 신도시 건설을 구실로 수도권 주민들의 소중한 허파를 10군데나 베어냈습니다. 거기에 더해 3기 신도시 건설의 미명 아래 수도권의 허파를 추가로 10개 더 제거한다면 수도권의 자연환경이 멀쩡할 수가 있겠습니까? 2천 5백만 명의 수도권 주민들의 건강이 온전할 수가 있겠습니까?


문재인 정부가 3기 신도시를 짓겠다며 삽질을 하려는 곳은 수도권 지역의 그린벨트들 중에서도 단연 보존가치가 크고 높은 곳들임을 저는 다시 한 번 더 강조하고 싶습니다. 후세와 미래를 위해 어떻게든 반드시 보존해야만 하는 공간입니다. 아파트를 짓겠다면서 이러한 지역을 회복 불능으로 훼손시키겠다는 건 말이 되지 않는 짓입니다.


수도권의 허파를 난도질하면서까지 풀어야 할 만큼 주거 문제가 심각한 단계에 이르렀다면 신도시 건설 외에도 다른 해결책들을 진즉에 모색하고 강구했어야만 합니다. 세제 개편과 금융 개혁의 방안도 있습니다. 분양가 상한제와 분양원가공개 제도도 있습니다. 후분양제도 있습니다. 건물만 분양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집값을 안정시킬 수 있는 제도적 장치들이 거의 무궁무진하게 존재하는 셈입니다. 그런데도 이런 합리적 대안들은 모조리 외면하고 무시하면서 문재인 정부 또한 신도시 건설에만 막무가내로 집착해왔습니다.


대한민국의 만성적 주거불안 사태의 제일 중요한 원인은 역대 정부들에서 정책을 잘못 편 데 있습니다. 이건 현재의 문재인 정부도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집권 2년 동안 서울 집값을 평균 2억 원을 폭등시켜놓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그에 대한 통렬한 자기반성과 진솔한 대국민 사과는커녕 자기들이 올려놓은 집값을 잡겠다면서 소중한 그린벨트를 신도시 건설을 구실로 마구 파헤치려 들고 있습니다.


과연 그래서 문재인 정부가 집값을 잡을 수 있을까요? 저는 부동산 문제와 관련해 문재인 정부가 참여정부가 과거에 걸어갔던 참담하고 철저한 실패의 길을 고스란히 답습할 것이라고 예상할 수밖에 없습니다.


공희준 : 서늘하지만 울림이 큰 말씀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김헌동 : 먼 길 오시면서까지 말씀 들어주셔서 고맙습니다.



덧붙이는 글

김헌동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부동산건설개혁본부 본부장은 우리나라 유수의 건설회사에서 장기간 일하면서 ‘토건민국 대한민국’의 부끄럽고 부도덕한 민낯을 일선 현장에서 오랫동안 고통스럽게 지켜보았다. 이후 경실련에서 국책사업감시단 단장과, 아파트값 거품빼기 운동본부 본부장을 차례로 지내며 부동산투기와 짝을 이뤄온 왜곡된 불로소득주도 경제성장 구조의 극복과 혁파에 매진해왔다.

관련기사
TAG
0
  • 목록 바로가기
  • 인쇄


서초구
국민신문고
HOT ISSUE더보기
많이 본 뉴스더보기
  1. 폭염 속 `군포 얼음땡` 인기 폭발 군포시가 폭염 대응을 위해 시범 운영 중인 AI 무인 냉장고 `군포 얼음땡`이 시민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고 있다.시는 7월 하순부터 중앙공원, 로데오거리, 당정근린공원 등 시민 유동 인구가 많은 3개소에 `군포 얼음땡` 냉장고를 설치해 냉각 생수를 무료로 제공하고 있으며, 운영 초기부터 하루 평균 1,200병 중 90% 이상이 소진되는 등 예상보...
  2. 광복 80주년…정부, 83만여 명 특별사면·행정제재 감면 이재명 정부가 제80주년 광복절을 맞아 오는 15일자로 총 83만6,687명에 대한 특별사면과 행정제재 감면을 단행하고, 약 324만 명에 달하는 서민·소상공인에 대한 신용회복 지원조치도 시행한다.정부는 11일 ‘국민주권정부’ 출범 후 첫 특별사면을 발표하며 국민통합과 민생 회복을 핵심 목표로 제80주년 광복절 특별사면을 단행한.
  3. 청년의 눈으로 통상을 보다…대학생 통상정책 토론대회 참가 모집 산업통상자원부가 오는 9월 12일까지 ‘2025년 대학생 통상정책 토론대회’ 참가 신청을 받는다. 올해로 9회째를 맞는 이번 대회는 통상정책에 대한 청년층의 이해와 관심을 높이고, 국제통상 분야의 미래 인재를 발굴·육성하기 위해 마련됐다.참가 대상은 국내 대학 재학생과 휴학생(외국인 포함)으로, 1명 이상 5명 이하 팀을 구성...
  4. 폴리텍대학, 현장 맞춤형 안전보건교육 확대…“안전한 캠퍼스 만든다” 한국폴리텍대학이 온라인 위주의 안전보건교육에서 벗어나, 현장에서 직접 체감할 수 있는 ‘찾아가는 안전보건교육’을 본격 시행한다.이번 교육은 시설관리, 급식 조리, 환경미화, 경비 등 캠퍼스 현장에서 근무하는 교직원을 대상으로, 실제 발생할 수 있는 사고 사례와 예방 대책을 중심으로 구성됐다. 교육 참석자에게는 쿨링패.
  5. `K-브랜드, 날개를 펼치다` 남동구, 카자흐스탄 시장개척단 파견 박종효 인천 남동구청장이 지역 중소기업의 해외시장 개척을 지원하기 위해 11일 출장길에 올랐다.남동구는 8월 11∼14일까지 나흘간의 일정으로 인천상공회의소와 함께 카자흐스탄 알마티 해외시장개척단을 파견한다고 밝혔다.박 구청장이 이끄는 시장개척단은 와더스킨, ㈜나노메딕스 등 관내 중소기업 15개 사가 참여하며, 화장품과 여.
  6. 광명119안전센터, 12일부터 ‘광북119안전센터’로 명칭 변경 광명소방서가 오는 12일부터 기존 ‘광명119안전센터’의 명칭을 ‘광북119안전센터’로 변경한다.광명소방서는 이번 명칭 변경이 ‘광명소방서’와 ‘광명119안전센터’의 이름이 비슷해 발생할 수 있는 혼선을 줄이고, 주민들이 보다 쉽게 센터를 구분하도록 하기 위해 추진됐다고 설명했다.광북119안전센터의 관할...
  7. 서울주택도시개발공사, 보상사업지구 내 취약 계층에 폭염 대비 물품 전달 서울주택도시개발공사(SH, 사장 황상하)는 용산국제업무지구 등 보상사업지구 내 취약 계층 주민들을 위해 폭염 대비 물품을 전달했다고 11일 밝혔다.이번 물품 지원은 폭염에 특히 취약한 천막, 텐트 등 임시 거주 시설에 살고 있는 주민을 위한 것으로, SH는 시립다시서기종합지원센터와 협력해 용산역 인근 텐트촌 노숙인들에게 쿨 매트, ..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