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마사회의 부조리를 고발하는 유서를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기수 문중원씨의 유족이 28일 청와대 앞에서 농성장 강제철거에 항의하는 기자회견을 열려다 경찰에게 제지당했다. 경찰에 막힌 유족 등은 이날 청와대에 항의서한만 전달할 수 있었다.
고 문중원 기수 시민대책위는 이날 오전 서울 종로구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연 뒤 108배를 하려고 했지만 효자파출소 앞에서 출입을 통제하는 경찰에 가로막혔다.
청와대는 "청와대 분수대 앞은 종로경찰서 관할이며 종로경찰서는 108배를 집회로 본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현장에 파견된 종로경찰서 정보관은 "매일 하는 108배는 순수한 기자회견으로 볼 수 없어 막는 것"이라며 "청와대 인근 100m이기 때문에 막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시민대책위는 “집회가 아닌 기자회견인데 경찰이 막으려 억지를 부린다”며 “힘없는 사람들이 호소하려는 108배까지 막으려 하냐”며 항의했다. 문씨의 아버지 문군옥씨(71)도 “자식의 시신을 광화문에 두고 왔는데 이렇게 막고 있는 것이냐”며 “108배를 안 하겠으니 들여보내 달라”고 호소했다.
이들은 기자회견문에서 “(고 문중원 기수 추모공간 폭력철거와 인권침해와 관련해) 무엇보다 문재인 정부의 책임이 가장 크다”며 “중앙정부가 용인하지 않고는 광화문 한복판에서 있을 수 없었던 일이었다. 폭력적인 철거용역의 행위에 대해 시정하라고 여기저기 비명과 함께 외쳤지만 경찰은 외면할 뿐만 아니라 오히려 그 폭력에 협조했다”고 지적했다.
부산경남경마 기수협회 소속이었던 문씨는 지난해 11월29일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유서에는 한국마사회의 승부조작과 뇌물 관행 등을 고발하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유족과 시민대책위는 지난해 12월27일 정부서울청사 앞으로 문씨의 시신을 옮기고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는 농성을 벌여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