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남투데이=서진솔 기자] 용인 66번 확진자가 이태원 소재 클럽과 주점을 방문했다는 사실이 알려진 7일 이후, 이태원 밤엔 적막과 불안만이 감돌고 있다.
14일 목요일 밤 9시, 평소라면 사람들로 북적였을 6호선 이태원역사 안은 고요했다. 줄 서서 올라갈 차례를 한참 기다려야 했을 에스컬레이터엔 단 몇 사람만이 서 있을 뿐이다.
역사 바깥으로 나가자 이태원 거리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유동인구가 적었다. 확진자가 다녀갔다고 알려진 9곳의 주점 및 클럽 입구에는 ‘집합금지명령’을 알리는 서울시의 경고문이 붙어있었고, 운영은 중단했다.
아울러 확진자가 다녀가지 않은 이태원 내 모든 클럽과 유사 유흥업소도 영업을 하지 않고 있었다. 서울시는 지난 9일 클럽에는 집합금지명령을, 11일 유사 유흥업소에는 방역 수칙 준수 명령을 내렸다. 행정명령 이행 여부에 대해선 각 자치구와 경찰이 합동 단속을 시작했다고 12일 밝힌 바 있다.
주요 식당, 주점, 클럽 등이 모여 있어 내외국인 가리지 않고 인파가 몰리는 이태원세계음식거리에도 두, 세 명의 시민 만이 지나다녔다. 해당 거리 내 한 유명 주점에도 확진자가 다녀갔다.
일반 주점들도 임시휴업에 들어갔다. 약 300m 이태원세계음식거리에 위치한 주점 48곳 중 33곳이 코로나19 방역에 동참하는 의미로 휴업한다고 입구에 안내문을 붙였다. 운영을 유지하는 일부 주점은 손님이 없어서 주인 혼자 혹은 직원과 둘이 앉아있었으며, 두 테이블 이상 손님이 있는 곳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식당, 카페, 옷가게, 잡화점 등 주점이나 클럽이 아닌 많은 점포에도 불이 꺼져있었다. 영업 중인 점포들은 오후 9시가 되자 하나둘 매장을 정리했다. 규모가 작은 이태원역 근처 옷가게는 진열된 옷들을 매장 안으로 집어넣기 시작했고, 유명 화장품매장은 코로나19 확산 예방을 위해 12시에서 오후 9시까지만 운영한다고 알렸다. 매장 전면에는 마스크 미착용 시 출입이 제한될 수 있다는 안내문이 붙어있다.
이태원 상인들은 불안한 심경을 토로했다. 확진자가 다녀간 대형 클럽 인근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A씨는 "(마스크를 착용 안한) 손님에게 착용해달라고 안내하는데, 차에 있다면서 대충 넘어가는 경우가 있다. 그럴 땐 더 불안하다"고 말했다.
유명 프랜차이즈 제과점을 운영하는 B씨는 "방문 손님 중에 외국인 몇 분을 제외하고는 마스크 안 낀 분을 거의 못 봤다"면서 "주변 가게들이 하나둘 문을 닫고 있어서 (감염이 확산되고 있는게) 실감이 난다. 저도 그렇고, 같이 일하는 (아르바이트) 친구도 불안한 마음으로 일한다"고 전했다.
‘이태원 집단 감염’ 전까지 꾸준한 완화세 보이던 감염 공포감
'이태원 클럽 발 집단 감염'이 시작된 7일 전까지 시민들의 코로나19 감염에 대한 불안은 꾸준히 완화되고 있었다.
한국갤럽 자체 여론조사에 따르면 코로나19 본인 감염 가능성 인식('많이+어느 정도' 있다)은 3월 중순부터 낮아져 5월 초엔 안심 단계로 접어들었다. 2월 4주 59%까지 올랐다가 3월 중순부터 4월까지 50% 안팎, 5월 6~7일에서 45%가 됐다. 이는 지난 2월 대구 집단감염 발생 이전 수준에 가까운 수치다.
'감염 가능성 많이 있다'는 응답은 2월 4주 19%, 3월 3주부터 5월 6~7일까지 계속 10% 안팎이었다. 해당 여론조사 집계 직후인 7일 오후, 용인 지역 감염 확진자가 이태원 소재 클럽과 주점을 방문했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한국 갤럽은 3월 말 이후부터 격주로 ‘코로나19 본인 감염 가능성 인식’ 여론조사를 진행하고 있어서 이번 주엔 이뤄지지 않는다. 다음 주 발표될 여론조사 결과는 14일 목요일 이태원 밤거리 풍경이 말해주고 있었다.
한국갤럽 여론조사는 5월 6~7일 전국 만 18세 이상 7,147명에게 전화조사원 인터뷰로 진행하여 1,004명이 응답(응답률 14%)했으며, 95% 신뢰수준에서 표본오차는 ±3.1%p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