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사랑제일교회 등 방역 지침을 어기고 대면예배를 고수하는 일부 교회에 대해 “일부의 몰상식이 한국 교회 전체의 신망을 해치고 있다”고 맹비난했다. 이에 교회 지도자등른 “예배자 중 감염자가 많이 나오게 돼서 죄송하다”면서도 “기독교의 특수성을 이해했으면 한다”고 반박햇다.
이날 청와대에서 문 대통령은 김태영, 류정호, 문수석 한국교회총연합 공동대표회장과 이홍정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총무 등 16명의 교회 지도자와 간담회를 갖고 코로나19 방역 협조를 당부했다.
문재인 “8월 재확산 절반이 교회에서 일어났다···방역은 신앙 아닌 과학의 영역”
문 대통령은 광복절 당시 광화문에서 집회를 강행한 교회, 정부 지침 이후에도 대면예배를 고수한 교회에 대해 “특정 일부 교회에서는 대면예배를 고수하고 있다”면서 “특정 교회에서는 정부의 방역지침을 거부하고, 오히려 방해하면서 지금까지 확진자가 1000명에 육박하고, 그 교회 교민들이 참가한 집회로 인한 확진자도 거의 300여명에 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문 대통령은 “세계 방역의 모범으로 불리던 한국 방역이 한순간에 위기를 맞고, 나라 전체가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제 한숨 돌리나 했던 국민의 삶도 무너지고 있다”며 “의도한 바가 아니라 해도 일이 그쯤 됐으면 적어도 국민에게 미안해하고 사과라도 해야 할 텐데 오히려 지금까지도 적반하장으로 음모설을 주장하며 큰소리를 치고 있고, 여전히 정부 방역조치에 협력을 거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문제는 집회 참가 사실이나 동선을 계속 숨기고 있기 때문에 지금까지도 계속 피해가 늘어나고 있다는 사실”이라며 “도저히 상식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일이 교회의 이름으로 일각에서 벌어지고 있다. 극히 일부의 몰상식이 한국교회 전체의 신망을 해치고 있다”고 비난했다.
문 대통령은 “8월부터 시작된 코로나 재확산의 절반이 교회에서 일어났다”고 주장했다. 그는 “저는 대면예배를 고수하는 일부 교회와 교인의 심정을 충분히 이해한다. 그러나 바이러스는 종교나 신앙을 가리지 않는다”며 “밀접하게 접촉하면 감염되고 마스크를 쓰지 않으면 감염되는 그 이치에 아무도 예외가 되지 못한다. 예배나 기도가 마음의 평화를 줄 수 있지만 바이러스로부터 지켜주진 못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방역은 신앙의 영역이 아니고 과학의 영역이라는 것을 모든 종교가 받아들여야만 할 것 같다”며 “예배를 정상적으로 드리지 못하는 고통이 매우 크겠지만 그런 고통을 감수하면서도 함께 힘을 모아 방역하고, (코로나를) 종식하는 게 하루빨리 정상적인 예배, 정상적인 신앙생활로 돌아가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김태영 한국교회총연합 대표회장은 “교회 예배자 중 감염자가 많이 나와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대통령과 언론이 기독교의 특수성을 이해했으면 한다”며 “피라미드 구조와 중앙집권적인 상하 구조가 아니다”고 반박했다.
김태영 회장 “교회 예배자 중 감염자 나온 것 죄송···그러나 종교의 자유 목숨과도 못 바꿔”
김 회장은 “연합회나 총회에서 지시한다고 해서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는 단체가 아니다”며 “여러 교파가 있고 같은 교파 안에서도 지향점이 다른 여러 교단이 있다”며 해명했다.
김 회장은 지난 24일 문재인 대통령이 교회를 위주로 코로나19가 확산하는 것에 대해 “그 어떤 종교의 자유도, 집회와 표현의 자유도 국민들에게 그와 같은 엄청난 피해를 입히면서까지 주장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한 것을 언급하며 “신앙을 생명같이 여기는 이들에게 종교의 자유는 목숨과 바꿀 수 없는 가치”라고 항변했다.
그러면서 “종교의 자유를 너무 쉽게 공권력으로 제한할 수 있고, 중단 명령을 할 수 있다는 뜻으로 들려서 크게 놀랐다”며 “정부 관계자들이 교회와 사찰, 성당 같은 종교단체를 영업장이나 사업장 취급을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지적했다.
김 회장은 “교회는 정부 방역에 적극 협조할 것이지만 교회 본질인 예배를 지키는 일도 포기할 수 없다”며 “코로나가 한두 주, 한두 달 정도로 끝나지 않을 것으로 볼 때 대책 없이 교회 문을 닫고 예배를 취소할 수 없다는 것이 오늘의 현실”이라고 토로했다.
김 회장은 정부와 교회의 협력기구를 제안했다. 그는 기독교연합과 중대본, 지자체가 협의기구를 만들고 방역이 잘 되는 교회는 ‘방역 인증마크’를 주는 제도, 집회 인원을 교회간 좌석 수에 따라 유연하게 하는 제도 등을 추천했다.
김 회장은 “전체 교회를 막는 현재의 방식은 오래가지 못한다. 정부도 이 방식은 부담될 것이고 교회도 결코 동의할 수 없다”며 “국민 생활에서 종교의 역할을 잘 이해하고 계시는 대통령의 너그러운 판단을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