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기자수첩] 전공의들의 집단휴진은 밥그릇 싸움이 아니다
  • 서진솔 기자
  • 등록 2020-09-03 17:59:16

기사수정

정부의 의료정책에 반발하며 집단휴진을 강행하고 있는 전공의들과 의대생들에게 ‘밥그릇 싸움하는 게 아니냐’는 의문과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그러나 이 집단행동을 단순히 이권 챙기기로 치부해선 그들을 온전히 이해할 수 없다. 계급의식의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

 

대한전공의협의회는 1일 기자회견에서 부동산정책과 인천국제공항공사 정규직 전환, 그리고 ‘공정성’을 언급했다. 그 발언엔 코로나19 재확산 상황에서도 집단휴진을 지속하고 있는 전공의와 의대생들의 정신적, 심리적 메커니즘이 담겨있다. 

 

인천공항공사 정규직 전환에 대한 정규직 노조의 반발과 전공의들의 집단휴진에는 공통점이 있다. 능력주의를 기반으로 한 계급의식이 숨어있다는 점이다.

 

인천공항 정규직 노조는 "불공정, 불평등 정규직 전환을 반대한다"고 말했다. 자격 있는 이들만을 정규직으로 채용해야 공정하다는 논리다. 다시 말하면 ‘자격 없는 노동자들은 정규직으로 전환하면 안된다’는 것이다. 

 

그들이 제시하는 공정한 절차는 결국 공채 시험이다. 능숙함, 숙련도, 책임감, 성실함 등 일과 직접적으로 연관된 요소는 배제하고 오로지 시험 성적으로 자격을 구분해 계급을 형성하고 있다.

 

의사협회, 전공의 협의회 등의 반발도 마찬가지다. 서민 단국대 의대교수는 8월 24일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공공의대에서 배출된, 일반 의대는 못 갈 수준의 사람들이 가서 오진을 남발한다고 하면 그게 국민에게 피해로 돌아올 수 있다”며, “의대 교육 과정에서 머리 좋은 학생들도 유급을 많이 하는데, 그보다 훨씬 못한 학생이 의대에 가서 돌팔이가 양산되는 게 무서운 거다”라고 말했다.

 

우리 교육은 국어, 수학, 영어 시험으로 1등부터 줄 세워서 3058등까지만 의대생이라는 자격을 부여하고 있다. 이 구조가 3058등 안에 들면 의사로서 남보다 뛰어난 능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는 환상을 만든다. 또, 3058등 밖의 학생은 능력이 부족해 실수를 남발할 것이라는 착각에 빠지게 한다.

 

공정은 ‘기회’의 공정을 의미한다. 네덜란드에서는 의대생을 추첨으로 뽑는다. 성적을 완전히 무시하진 않고 차등하여 인원을 정한다. 성적이 높으면 합격 가능성은 커지지만, 절대적으로 작용하진 않는다. 일정 이상의 성적만 된다면 의사가 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지는 것이다. 이러한 방식은 성적과 학업 능력이 훌륭한 의사로 이어진다는 보장이 없으며, 모든 학생은 원하는 교육을 받을 권리가 있다는 데서 비롯된다.

 

극단적인 경쟁을 부추기는 교육과 사회문화는 필연적으로 계급적 사고가 바탕이 된 인간을 양성하기 마련이다. 우리의 ‘경쟁 교육’에 변화를 주지 않는 한, 다시 말해 시험 성적으로 줄 세워 자격을 부여하는 현 시스템을 재고하지 않는 한 이와 같은 문제들은 또다시 반복될 것이다.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는 지난 1일 SNS를 통해 해당 설문조사 게시물을 배포했다. 의사들의 '엘리트 주의'를 드러낸 것이라는 비판을 받자 연구소는 "의대증원 및 공공의대 문제에 대해 쉽게 풀어 쓰고자 하는 과정에서 부적절한 표현으로 불쾌감을 드린 것 사과 드린다"며 게시물을 삭제했다. (자료=의협 의료정책연구소 페이스북)

관련기사
TAG
0
  • 목록 바로가기
  • 인쇄


서초구
국민신문고
HOT ISSUE더보기
많이 본 뉴스더보기
  1. 새마을금고 금융사고 6년간 440억 피해…제재공시 임직원만 350명 넘어 더불어민주당 박정현 의원(대전 대덕구,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은 행정안전부로부터 받은 ‘새마을금고 금융사고 현황’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 6년간(2020년~2025년 8월) 새마을금고에서 발생한 횡령·배임 등 금융사고 피해 금액이 약 440억7천만원에 달하며, 피해 건수도 74건에 이른다고 8일 밝혔다. 이 중 11건은 현재 법적 조치..
  2. 농협은행 최근 5년간 금융사고 802억…작년 폭증, 올해도 ‘비상’ 농협은행에서 최근 5년여 동안 800억 원이 넘는 금융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지난해 금융사고액이 453억 원으로 폭증한 데 이어 올해 들어서도 8월까지 275억 원이 발생해 비상이 걸렸다.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김선교 국민의힘 의원(경기 여주시·양평군)이 농협은행으로부터 제출받은 ‘최근 5년여간 금.
  3. 오세훈 시장, ‘한강 런’으로 추석 연휴 마무리… 시민과 새벽 달리며 소통 오세훈 서울시장이 추석 연휴 마지막 날인 9일, 시민 100여 명과 함께 한강을 달리며 두 번째 러닝 번개 행사 ‘한강 런’을 진행했다.오 시장은 이날 오전 7시, 반포 세빛섬을 출발해 잠원한강공원과 압구정 한강버스 선착장을 거쳐 다시 세빛섬으로 돌아오는 5.5km 구간을 시민들과 함께 완주했다. 약 40여 분간 진행된 이번 행사는 지난.
  4. 안성시, 남사당 바우덕이 축제 호평 일색…"올해는 이렇게 즐기세요" 가을 축제의 대명사, 남사당 바우덕이 축제가 지난 9일 개막식을 진행한 가운데 한층 성숙해진 모습으로 시민과 관광객들에게 큰 호응을 받고 있다.올해 바우덕이 축제는 웅장한 메인게이트를 시작으로 이전에는 볼 수 없었던 새로운 부스와 프로그램이 펼쳐져 눈길을 끈다.축제장 입구에 마련된 종합안내소를 통해 각종 문의가 가능하고, .
  5. 양천구, 고품격 평생학습 강좌 `양천 지식 브런치` 운영 양천구(구청장 이기재)는 구민의 인문학적 소양을 넓히고 평생학습 문화를 확산하기 위해 서울대 교수진이 직접 출강하는 고품격 교양 프로그램 `양천 지식 브런치`를 오는 10월 말부터 7주간 해누리타운 해누리홀에서 운영한다고 10일 밝혔다.`양천 지식 브런치`는 2023년 서울대학교 평생교육원과의 업무협약을 바탕으로 평생교육 진흥을 위...
  6. 화웨이, 지능형 혁신 위한 스마트 물류·창고 솔루션 출시 발표 화웨이가 ‘종합 교통 및 물류를 위한 디지털·지능형 기반 구축’을 주제로 열린 화웨이 커텍트 2025(HUAWEI CONNECT 2025) 교통 서밋에서 스마트 물류·창고 솔루션을 공개했다. 마웨(Ma Yue) 화웨이 부사장 겸 스마트 교통 BU CEO는 “화웨이는 기술 혁신에 끊임없이 매진하고 있으며, 통신 네트워크, 컴퓨팅 파워, 인공지능, 인재 육성 분야에서 공동 ...
  7. LG화학, 유럽 최대 플라스틱 전시회 ‘K2025’ 참가 LG화학은 10월 8일부터 독일 뒤셀도르프에서 열리는 ‘K2025’에 참가해 ‘화학이 이끄는 변화, 세상을 움직이는 힘(Chemistry Driven. Impact Ready)’을 테마로 LG화학의 차별화된 기술력이 담긴 고부가·친환경 소재 등을 소개하며 적극적인 고객 유치에 나선다.  LG화학은 국내 화학 기업 중 최대 규모인 286㎡(약 87평) 부스에 고객 맞춤형으로 즉...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