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조세재정연구원이 지난 15일 특정 지역에서만 쓸 수 있는 ‘지역화폐’가 다양한 손실 및 비용을 발생시킬 수 있다는 연구 보고서를 발간한 것에 대해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경기도가 직접 비판하고 나섰다.
국무총리실 산하의 국책연구기관인 조세연은 ‘지역화폐의 도입이 지역경제에 미친 영향’ 보고서를 통해 지역화폐가 경제적 효과를 상쇄하는 역효과를 낼 수 있다는 내용을 담았다.
보고서에 따르면 9000억원에 이르는 지역화폐에 대한 정부보조금 중 소비자 후생으로 이전되지 않는 순손실은 460억 규모다. 아울러 지역화폐 발행시 액면가의 2%에 이르는 인쇄비, 금융 수수료를 들며 올해 1800억원 규모의 부대비용이 발생해 순손실이 총 2260억원에 달한다고 비판했다.
그 외에도 지역화폐를 싸게 팔아 현금화하는 현금깡과 이에 대한 단속 비용, 일부 업종의 물가 인상 효과 등 맹점이 있다고 덧붙였다.
이재명 “얼빠진 연구기관” 즉각 반박
이 보고서가 나온 이후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근거없이 정부정책 때리는 얼빠진 국책연구기관”이라고 맹비난했다.
이 지사는 지역화폐에 대해 “현금 아닌 지역화폐로 지급되는 복지지출은 복지혜택에 더해 소상공인 매출증대와 생산유발이라는 다중효과를 내고 거주지역내 사용을 강제해 소비집중 완화로 지방경제에 효자노릇을 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지역화폐는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가며 계속 확대시행중이고, 금번 정부재난지원금도 소멸성 지역화폐로 지급돼 그 효과가 배가된 것은 주지의 사실”이라며 “정부가 채택해 추진중인 중요정책에 대해 이재명의 정책이라는 이유로 근거없이 비방하는 것이 과연 국책연구기관으로서 온당한 태도인지 묻는다”고 반박했다.
이어 16일에는 ▲문재인 정부 핵심공약이자 현 정부 핵심주요정책인 지역화폐정책을 전면 부인한 점 ▲연구내용은 문재인 정부가 지역화폐를 시행하기 전인 2010~2018년 사이 지역화폐에 대한 것으로 시행시기가 동떨어진 점 ▲2년 전까지의 연구결과를 지금 시점에 내놓은 점 ▲온 국민이 효용을 체감하는데 아무 소용 없는 예산낭비라 폄훼한 점 ▲한국지방행정연구원 등 다른 국책연구기관과 상반된 결과를 내놓은 점 등을 들어 “얼빠졌다”는 주장을 이어나갔다.
경기연구원 “부실하고 과장된 연구보고서”
이 지사가 반박 의견을 낸 데 이어 경기연구원은 16일 반박 입장문을 통해 조세연을 비판했다.
경기연구원 유영성 기본소득연구단장과 김병조 선임연구위원은 “(조세연의 보고서는) 그동안 지역화폐정책에 대한 근본적인 부정을 넘어 문재인 정부의 지역화폐 공약사항인 ‘300만 소상공인, 600만 자영업자의 역량을 강화, 신규도입 복지수당과 공무원복지포인트의 30%를 온누리 상품권과 고향사랑상품권(골목상권 전용화폐)으로 지급해 골목상권 활성화에 뒷받침’하겠다는 뜻을 뒤집는 내용”이라고 비판했다.
또한, 유 단장은 이 지사와 마찬가지로 조세연의 보고서가 2010~2018년 전국사업체 전수조사자료를 이용한 점을 지적했다. 그는 “해당 시기는 상대적으로 지역화폐 발행액도 미미했으며, 인식도 저조했고 본격적인 정책으로 진행되지도 않았던 시기”라고 비판했다.
김 선임연구위원은 “경기도의 경우 지역화폐 발행의 40.63%를 차지하는 정책발행을 2019년부터 시작했는데 이 시기에 대한 자료가 없다”며 “일반적인 사실관계를 왜곡할 수 있는 자료를 사용해 무리한 결론을 도출하는 과오를 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경기연구원은 한국지방행정연구원의 조사결과를 들어 조세연을 반박했다. 경기연구원은 “한국지방행정연구원이 2019년 12월 발표한 지역사랑상품권(지역화폐) 전국발행의 경제적 효과 자료에 따르면 2017년 3066억원, 2018년 3714억원 규모였던 지역사랑상품권 발행액은 2019년 2조2573억원으로 6배 이상 증가했다”고 꼬집었다.
한편, 조세재정연구원은 지난 15일 지역화폐에 대해 “지역화폐 발행이 시장 기능을 왜곡시킨다는 측면에서 지역화폐를 통한 간접지원이 아닌 지역 내 사업체에 대한 직접지원이 더 바람직할 수 있다”며 다른 방향의 지원 필요성을 강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