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건설 계획이 잡힌 이후 16년, 광명서울고속도로는 공사를 목전에 두고 주민들의 반대에 부닥쳐 첫 삽조차 뜨지 못했다. 공사에 착수하려는 서서울고속도로에 대해 국토부는 지난 달 말 2개월 시한부의 공사 '일시중지' 명령을 내렸다.
항동지구를 지나치는 왕복 6차선의 광명서울민자고속도로(이하 광명서울고속도로)를 두고 주민과 시공사, 그리고 국토부의 갈등이 십여 년째 이어져 오고 있다.
2003년 광명서울고속도로가 최초 제안되었을 때 구로구 항동과 광명서울고속도로는 아무 관련이 없었다. 둘 사이에 연관성이 생긴 건 천왕지구와 신정3지구를 지날 예정이던 광명서울고속도로의 통과구간이 구로구 항동지구로 바뀌면서부터다.
광명서울고속도로는 계획 당시 광명IC에서 강서IC까지 곧게 뻗어서 나갈 예정이었다. 그러나 2010년 4월 서서울고속도로가 사업성 등을 이유로 천왕과 신정지구를 우회하는 노선을 제안하면서 현재의 기형적인 S자 곡선으로 모양이 바뀌었다(사진 참조). 새로운 노선은 항동지구와 부천을 통과하고 동부천IC가 추가되었다.
당시 항동은 보금자리주택지구로 지정되기 전이었다. 택지개발 계획이 없었으므로 그 땅을 지나도 문제는 없어보였다. 문제는 광명서울고속도로 노선변경이 확정된 한 달 뒤인 같은 해 5월, 서울주택도시공사(이하 SH공사)가 항동지구를 택지개발지구로 지정 고시하면서 비롯되었다. 이 변경된 노선으로 인해 구로구 항동이 광명서울고속도로의 범위 안에 포함된 것이다.
현재 광명서울고속도로 건설에 가장 격렬한 반대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곳은 항동지구 입주예정자들과 현대홈타운 주민들이다.
이들은 초중학교와 아파트 아래에 왕복 6차선의 지하터널을 건설한다는 사실에 크게 반발하며, 청와대 앞 시위와 구로구청의 밤샘농성 등을 이어갔다.
국토부는 2018년 현대홈타운 주민대표와 항동지구현안대책위원회 등이 참석한 가운데 노선변경 협상 등을 약속하는 합의문을 작성하기에 이른다. 이때 국토부는 서서울고속도로가 제출한 공사착수계를 8월로 연기했다.
구로구 항동 인근 지역 주민들은 사업 실시계획 승인고시 무효소송을 제기하는 등 광명서울고속도로 건설 반대활동을 펼쳤다. 국토부는 2018년 10월 31일로 착수계 제출 시한을 또한번 연기했다.
2018년 10월 31일, 서서울고속도로는 태영건설과 공사 수주 계약을 전격 체결하고 국토부에 공사 착수계를 제출했다. 주민들은 ‘약속 위반’이라고 분노했다. 서서울고속도로는 사업 시행사로서 당연히 해햐 할 절차를 수행한 것 뿐이라고 반박했다.
서서울고속도로가 제출한 착수계는 이번에도 국토부에 의해 반려됐다. 2023년으로 예정된 도로 개통도 연기됐다. 착수계가 두 번 연기되고 한 번 반려되면서 광명서울고속도로 건립은 또다시 미뤄지게 됐다.
해가 바뀐 2019년 2월, 국토부는 '지역주민과의 합의 없이 지하안전영향평가 검토를 하지 않을 것과 협의체 구성 및 논의'를 약속했다.
2019년 3월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연내착공을 기정사실화하면서 광명서울고속도로 공사의 표류는 끝날 것처럼 보였다. 문재인 정부가 경제 활력 제고를 위해 광명서울고속도로를 포함한 13개 대형 민간투자 사업의 착공을 앞당기기로 발표한 것이다.
서서울고속도로 또한 이에 발맞춰 3월 27일 착수계를 제출했다. 항동지구 주민들은 “국토부는 (주민)협의체와의 합의 없이 착수계를 받아들였다”면서 반발했다. 지역구 의원 사무실이 있는 개봉역과 항동지구 분소에서 매주 모여 주말집회를 이어갔다.
주민 반대에 부닥친 국토부는 결국 또 한 번 공사 중지를 결정했다. 국토부는 2019년 4월 30일, 서서울고속도로 측에 ‘일시 중지’ 명령을 내렸다. 국토부는 “주민설명회 개최 등 적극적인 주민과의 협의"를 주문했다. 일시중지 기간은 5월 1일부터 6월 30일까지 2개월이다.
6월 30일 ‘일시중지’ 시한이 끝난 후 공사가 강행될지, 주민들과 국토부가 원만한 합의를 이뤄낼지, 그것도 아니면 공사가 취소되거나 항동지구를 우회하게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현재 서서울고속도로 측은 유튜브 영상을 제작하고, 홍보 카페 등을 개설하면서 주민과의 대화를 주문한 국토부의 명령에 부응하는 모양새를 취하고 있다. 주민들의 반응은 냉담하다. 주민들은 서서울고속도로 측이 제시한 자료들이 일방적인 홍보 수준을 넘어서지 못했다고 비판하면서 보다 성의있는 대화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항동지구 주민들은 오는 25일 청계천 광장에서 광명서울고속도로 건설 반대 집회를 예고한 상태다. 집회가 끝난 후에는 청와대까지 행진하며 광명서울고속도로 반대 의사를 분명히 할 계획이다.
한편 광명서울고속도로는 항동만의 문제는 아니다. 부천시, 광명시, 서울시 구로구와 강서구는 승인 고시 철회 및 재검토 촉구 건의를 국토부에 전달했다. 구로구는 앞으로 들어설 아파트단지와 항동초·중학교 지하를 관통하는 문제를 이유로 노선 변경을 요구했다. 광명시는 지상구간의 지하화를 요구했으며, 부천시는 인접한 까치울 정수장 등 자연시설을 지키기 위해 지하화를 요구했다. 강서구도 방화동 주민들의 소음과 분진, 교통정체를 우려해 반대하고 나섰다.
다음은 광명서울고속도로 건설 관련 경과 연표이다.
■광명서울고속도로 경과 연표
2003.07. 코오롱건설, 사업제안서 제출
2007.12. 코오롱건설 컨소시엄, 우선협상자 선정
2008.08. 광명서울민자고속도로 노선변경 협의 시작
2008.08. 서서울고속도로㈜ 설립
2010.04. 기본설계VE 완료(노선 변경)
2010.05. 항동지구 보금자리주택지구 지정
2013.04. 환경영향평가서 주민 설명회(~2013.05)
2013.06. 주민설명회 생략 공고
2014.03. 광명서울민자고속도로 실시계획 인가신청
2014.03. 강서구, 광명서울민자고속도로 실시게획 인가신청에 대한 성명 발표
2014.10.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위원장에게 4개 지자체장 건의서 제출
■2018년 이후 연표
2018.02.20. 서서울고속도로 실시계획 승인고시 발표
2018.04.01. 4개 지자체장, 국토부에 실시계획 승인고시 철회 및 재검토 촉구 건의 전달
2018.04.11. 구로구 지역 4대 주민현안 구로구청 항의규탄 집회
2018.04.21. 항동지구 현안대책위원회, 청와대 앞서 촛불문화재
2018.04.27. 부천시의회, 광명서울고속도로 동부천IC 전면 재검토 촉구 결의안 채택
2018.05.05. 현대홈타운, 국토부, 서울국토청, 구로구청, 항동지구대책위, 노선협상 실시 합의
2018.05.19. 공사착수계 08.19로 제출기한 연기
2018.05.21. 수목원 현대홈타운 비대위, 사업 실시계획 승인고시(국토부) 무효소송 제기
2018.07.23. 수목원 현대홈타운 비대위, 구로구청 농성
2018.07.27. 공사착수게 10.31로 제출기한 재연기
2018.07.27. 항동지구 현안대책위, 실시계획 승인고시 무효소송 제기
2018.10.31. 태영건설, 광명서울고속도로 수주 공시 / 서서울고속도로, 착수계 제출
2018.11.09. 국토부, 착수계 반려
2018.11.22. 부천, 광명, 강서, 구로 등 4개 지역 시민단체 세종청사 앞서 집회
2019.02.19. 인천 삼두아파트, 항동지구 대책위, GTX-A노선 후암·동자·갈월 대책위, 터널 한경학회 국회 정론관서 공동 기자회견
2019.02.22. 국토부-항동 주민들, 합의 없이 지하안전영향평가 하지 않겠다는 합의
2019.03.13.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 “광명서울고속도로 등 13개 민자사업 연내 착공” / 항동 주민들 항동초등학교 앞서 촛불집회
2019.03.18. 광명서울민자고속도로 통과지역 공동대책위, 청와대 앞서 기자회견
2019.03.27. 서서울고속도로, 착수계 제출
2019.04.10. 착수계 접수
2019.04.27. 항동현안대책위, 개봉역 등서 집회 계속(7차 집회, 매주 토요일 집회)
2019.04.30. 국토부, 착수계 일시 중지 명령
2019.05.25. 항동현안대책위, 청계천 광장 앞서 청와대 행진 등 ‘대대적 집회’ 예고(예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