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기자수첩] 총선 직전 연쇄 막말···통합당, ‘이부망천’ 교훈은 없었다
  • 안정훈 기자
  • 등록 2020-04-13 17:19:45

기사수정
  • “인천 촌구석”, “30·40대 무지”, “세월호 텐트” 막말 연대기

미래통합당은 김대호 서울 관악갑 후보와 차명진 경기 부천병 후보의 연이은 막말이 논란이 되자 지난 9일 국회에서 대국민 사과를 했다. (사진=김대희 기자)

[서남투데이=안정훈 기자] 21대 국회의원 선거가 이틀밖에 남지 않은 시점에서 미래통합당이 ‘연쇄 막말’로 시름하고 있다. 2020년 3월 기준 295만 명이 거주하는 인천을 ‘촌구석’이라고 비유하고, 30대와 40대에게 ‘무지하다’고 했으며, 급기야는 세월호 유가족과 자원봉사자들을 도발하기까지 했다.

 

미래통합당은 총선이 본궤도에 오르기 전부터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 김태호 전 경남도지사 등 중진들을 연이어 컷오프 시켰다.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 정병국, 유승민 의원 등도 불출마를 선언했다. 이 모든 건 보수의 쇄신이라는 미명하에 이루어졌다.

 

중진들을 물러나게 하고, 물러나지 않는 이를 과감히 잘라낸 결과는 ‘막말’이었다. 세 명의 총선 후보자들이 ‘연쇄 막말’ 퍼레이드를 선보였다. 정승연 인천 연수갑 후보는 선거 지원 유세를 온 유승민 의원에게 “인천 촌구석까지 와 주셔서 감사하다”고 말해 물의를 일으켰다. 김대호 서울 관악구갑 후보는 서울지역 현장 선거대책회의에서 “30대와 40대는 논리가 없다. 거대한 무지와 착각”이라고 해 비판받았다. 차명진 경기 부천병 후보는 세월호 유가족과 자원봉사자들이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문란한 행위를 했다”며 ‘○○○사건’이라는 말을 해 논란을 빚었다.

 

이에 미래통합당은 선거기간에 후보를 제명하는 강수를 뒀다. 그런데 이번엔 처벌 수위가 문제가 됐다.

 

통합당 윤리위원회는 차 후보에게 ‘탈당 권유’ 징계를 의결했다. ‘탈당 권유’는 후보자가 10일 내로 스스로 탈당하지 않을 경우 제명 처리하는 징계다. 차 후보가 탈당하든, 하지 않든 미래통합당의 분홍 점퍼를 벗는 건 기정사실이 된 셈이다.

 

차 후보의 처벌이 논란이 된 까닭은 그가 총선을 ‘미래통합당 후보’로 완주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그는 징계를 받은 직후 SNS를 통해 “선거완주를 할 수 있게 됐다. 윤리위원회의 현명한 결정에 감사드린다”며 기뻐했다.

 

이후 차 후보는 자신의 SNS와 유세활동을 통해 막말을 거듭했다. 그는 지난 11일 유세활동 도중 “당장 세월호 텐트의 진실, 검은 진실, ○○○ 여부를 밝혀라”라며 자신의 주장을 관철했다. 통합당의 어정쩡한 처벌이 막말의 수위만 높였다.

 

뒤늦게 그를 제명했지만, 선거는 불과 이틀밖에 남지 않았다. 사전투표로 차 후보를 찍은 유권자들의 표는 종이쪼가리가 됐다. 부천시의 선거용지에는 무의미한 공백만 추가됐다. 통합당은 유권자들에게 실망만 안겨주고야 말았다.

 

통합당의 전신인 자유한국당은 막말로 큰 곤혹을 치른 바 있다. 지난 2018년 지방선거 때의 ‘이부망천’ 사건이다. 당시 정태옥 자유한국당 의원은 “이혼 한 번 하거나 직장을 잃으면 저 부천 정도 간다. 부천 있다가 또 살기 어려워지면 그럼 저기 인천 중구나 남구 이런 쪽에 간다”고 말해 큰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이 ‘이부망천’ 사건은 당시 자유한국당(현 미래통합당)을 지방선거 참패로 이끌었다. 유정복 당시 자유한국당 인천시장 후보는 박남춘 당시 더불어민주당 인천시장 후보에게 22.3%p라는 압도적인 차이로 패배했다. 강화군을 제외한 인천시의 모든 기초자치단체장도 민주당이 차지했다.

 

이후 고작 2년이다. 막말로 참패를 겪었던 정당이 신당을 창당하고, 보수를 통합한 끝에 이룩한 것은 더욱 새롭고 신선한 막말이었다. 통합당은 2년 전과 마찬가지로 ‘막말’이라는 핸디캡을 짊어진 채로 총선에 임한다. 2년 전의 패배에서 얻은 교훈은 찾아볼 수 없다.


관련기사
TAG
0
  • 목록 바로가기
  • 인쇄


서초구
국민신문고
HOT ISSUE더보기
많이 본 뉴스더보기
  1. 서울신보, 부실채권 회수 실적 1위…중기부 장관 표창 수상 영예 서울신용보증재단(이하 서울신보)이 `2024년 채권회수실적 평가`에서 전국 16개 지역신용보증재단 중 1위를 차지하며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표창을 수상했다. 서울신보는 철저한 리스크 관리와 전사적인 노력으로 2024년 한 해 동안 재단 설립 이래 역대 최대 규모인 654억 원의 구상채권을 회수했다. 이는 지난해 대비 45% 증가한 수치다.이번 성.
  2. 1·2차 추경 집행 ‘속도전’… 7월까지 1차 74%, 2차 한 달 만에 53.4% 정부가 2025년 1·2차 추가경정예산 집행에서 ‘속도전’에 나섰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1차 추경은 7월 말 기준 74%가 집행돼 목표치를 4%p 초과 달성했으며, 2차 추경도 의결 한 달 만에 절반 이상이 집행됐다.임기근 기획재정부 2차관은 7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21차 관계부처 합동 ‘재정집행 점검회의’에서 이 같...
  3. 내년 대입 수시모집 80%...서울시, 수시 전략 제시하는 입시박람회 개최 서울시가 내년도 대학 수시 모집 비중이 전체 정원의 약 80%에 달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수험생들의 입시 전략 수립을 돕기 위해 입시박람회를 개최한다. 9일(토) 서울시청 다목적홀에서 열리는 이번 행사에는 27개 대학이 참여해 1:1 맞춤형 상담을 제공하고, 입시 전문가의 특별 강연도 진행된다.박람회는 `수시:로 물어봐`라는 이름으로 ..
  4. 미추홀구, 초등학생 대상 `제6회 레이저사격 체험 교실` 성황리에 마무리 인천 미추홀구(구청장 이영훈)는 지난 4일부터 5일간 구청 대회의실에서 관내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진행한 `제6회 레이저사격 체험 교실`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이번 체험 교실은 초등학교 3학년부터 6학년 학생을 대상으로 진행됐으며, 특히 미추홀구청 사격선수단이 직접 일대일 맞춤형 지도를 제공해 참가 학생과 학부모들로부터 큰 ..
  5. APEC 2025 인천시 홍보관·민관 통합전시관`운영 인천광역시(시장 유정복)는 `APEC 2025 제3차 고위관리회의(SOM3) 및 제반회의`개최에 맞춰 7월 26일부터 8월 15일까지 송도컨벤시아에서 인천시 홍보관과 민·관 통합전시관을 운영하고 있다.올해 `APEC`의 핵심 성과로 `인구구조 변화 대응`과 `인공지능(AI) 협력`이 선정됨에 따라 인천시는 관련 정책과 지역 산업을 APEC 회원들에게 널리 알리기...
  6. 우리은행, 광복 80주년 기념 최고 연 8.15% 특별 적금 출시 우리은행(은행장 정진완)은 오는 8월 15일 광복 80주년을 맞아 우리금융그룹과 국가보훈부가 함께하는 특별 금융상품 ‘우리 광복 80주년 적금’을 출시했다고 8일 밝혔다. ‘우리 광복 80주년 적금’은 1인 1계좌 가입 가능한 12개월 만기 자유적립식 상품으로, 월 최대 30만원까지 납입할 수 있다. 기본 금리는 연 2.0%이며 국가유공자, 독립 유...
  7. 복지부, 2025년 2분기 고령자친화기업 17곳 신규 지정 보건복지부는 8일 2025년 2분기 고령자친화기업 공모 결과 17개 기업을 신규 선정하고, 향후 3년간 총 23억5천만 원을 지원해 내년부터 5년간 60세 이상 근로자 555명을 고용한다고 밝혔다.이번 공모에는 다양한 직종의 34개 기업이 신청했으며, 현장 및 최종 심사를 거쳐 ▲노인친화기업·기관 16곳, ▲노인 채용기업 1곳 등 총 17곳이 선정됐다...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