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르포] 집단 감염 사태 이후, 적막과 불안에 휩싸인 ‘이태원의 밤’
  • 서진솔 기자
  • 등록 2020-05-16 21:11:01

기사수정
  • 이태원 내 모든 클럽과 유사 유흥업소, 영업 중단 상태
  • 이태원세계음식거리에 위치한 일반 주점 48곳 중 33곳 임시휴업
  • 상인들 불안한 심경 토로 "주변 가게들 문 닫는 것 보며 감염 확산 실감"


14일 밤 9시, 주요 식당·주점·클럽 등이 모여 있어 내외국인 가리지 않고 인파가 몰리는 '이태원세계음식거리'에 지나는 시민이 보이지 않는다. 유흥업소, 주점 등도 임시휴업에 들어갔다. (사진=서진솔 기자)[서남투데이=서진솔 기자] 용인 66번 확진자가 이태원 소재 클럽과 주점을 방문했다는 사실이 알려진 7일 이후, 이태원 밤엔 적막과 불안만이 감돌고 있다.

 

14일 목요일 밤 9시, 평소라면 사람들로 북적였을 6호선 이태원역사 안은 고요했다. 줄 서서 올라갈 차례를 한참 기다려야 했을 에스컬레이터엔 단 몇 사람만이 서 있을 뿐이다.

 

역사 바깥으로 나가자 이태원 거리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유동인구가 적었다. 확진자가 다녀갔다고 알려진 9곳의 주점 및 클럽 입구에는 ‘집합금지명령’을 알리는 서울시의 경고문이 붙어있었고, 운영은 중단했다. 

 

아울러 확진자가 다녀가지 않은 이태원 내 모든 클럽과 유사 유흥업소도 영업을 하지 않고 있었다. 서울시는 지난 9일 클럽에는 집합금지명령을, 11일 유사 유흥업소에는 방역 수칙 준수 명령을 내렸다. 행정명령 이행 여부에 대해선 각 자치구와 경찰이 합동 단속을 시작했다고 12일 밝힌 바 있다.

 

주요 식당, 주점, 클럽 등이 모여 있어 내외국인 가리지 않고 인파가 몰리는 이태원세계음식거리에도 두, 세 명의 시민 만이 지나다녔다. 해당 거리 내 한 유명 주점에도 확진자가 다녀갔다.

 

일반 주점들도 임시휴업에 들어갔다. 약 300m 이태원세계음식거리에 위치한 주점 48곳 중 33곳이 코로나19 방역에 동참하는 의미로 휴업한다고 입구에 안내문을 붙였다. 운영을 유지하는 일부 주점은 손님이 없어서 주인 혼자 혹은 직원과 둘이 앉아있었으며, 두 테이블 이상 손님이 있는 곳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이태원세계음식거리 내 운영을 유지하는 한 주점(오른쪽)은 손님이 없어 주인 혼자 앉아있다. 옆 주점(왼쪽)은 영업을 중단했다. (사진=서진솔 기자)

식당, 카페, 옷가게, 잡화점 등 주점이나 클럽이 아닌 많은 점포에도 불이 꺼져있었다. 영업 중인 점포들은 오후 9시가 되자 하나둘 매장을 정리했다. 규모가 작은 이태원역 근처 옷가게는 진열된 옷들을 매장 안으로 집어넣기 시작했고, 유명 화장품매장은 코로나19 확산 예방을 위해 12시에서 오후 9시까지만 운영한다고 알렸다. 매장 전면에는 마스크 미착용 시 출입이 제한될 수 있다는 안내문이 붙어있다.

 

이태원 상인들은 불안한 심경을 토로했다. 확진자가 다녀간 대형 클럽 인근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A씨는 "(마스크를 착용 안한) 손님에게 착용해달라고 안내하는데, 차에 있다면서 대충 넘어가는 경우가 있다. 그럴 땐 더 불안하다"고 말했다.

 

유명 프랜차이즈 제과점을 운영하는 B씨는 "방문 손님 중에 외국인 몇 분을 제외하고는 마스크 안 낀 분을 거의 못 봤다"면서 "주변 가게들이 하나둘 문을 닫고 있어서 (감염이 확산되고 있는게) 실감이 난다. 저도 그렇고, 같이 일하는 (아르바이트) 친구도 불안한 마음으로 일한다"고 전했다.

 

‘이태원 집단 감염’ 전까지 꾸준한 완화세 보이던 감염 공포감

 

확진자가 방문한 이태원 내 한 클럽 입구에 서울시의 '집합금지명령' 안내문이 붙어있다. (사진=서진솔 기자)'이태원 클럽 발 집단 감염'이 시작된 7일 전까지 시민들의 코로나19 감염에 대한 불안은 꾸준히 완화되고 있었다. 

 

한국갤럽 자체 여론조사에 따르면 코로나19 본인 감염 가능성 인식('많이+어느 정도' 있다)은 3월 중순부터 낮아져 5월 초엔 안심 단계로 접어들었다. 2월 4주 59%까지 올랐다가 3월 중순부터 4월까지 50% 안팎, 5월 6~7일에서 45%가 됐다. 이는 지난 2월 대구 집단감염 발생 이전 수준에 가까운 수치다. 

 

'감염 가능성 많이 있다'는 응답은 2월 4주 19%, 3월 3주부터 5월 6~7일까지 계속 10% 안팎이었다. 해당 여론조사 집계 직후인 7일 오후, 용인 지역 감염 확진자가 이태원 소재 클럽과 주점을 방문했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한국 갤럽은 3월 말 이후부터 격주로 ‘코로나19 본인 감염 가능성 인식’ 여론조사를 진행하고 있어서 이번 주엔 이뤄지지 않는다. 다음 주 발표될 여론조사 결과는 14일 목요일 이태원 밤거리 풍경이 말해주고 있었다.

 

한국갤럽 여론조사는 5월 6~7일 전국 만 18세 이상 7,147명에게 전화조사원 인터뷰로 진행하여 1,004명이 응답(응답률 14%)했으며, 95% 신뢰수준에서 표본오차는 ±3.1%p다.


관련기사
TAG
0
  • 목록 바로가기
  • 인쇄


서초구
국민신문고
HOT ISSUE더보기
많이 본 뉴스더보기
  1. “초격차 스타트업, 바이오 코리아 2025에서 세계 무대 도전장” 중소벤처기업부가 지원하는 바이오 초격차 스타트업 24개사가 ‘BIO KOREA 2025’에 참가해 글로벌 기술 협력과 투자 유치에 나서며, 세계 무대에서의 본격적인 경쟁에 시동을 걸었다.중소벤처기업부는 5월 7일부터 9일까지 서울 코엑스에서 열리는 ‘BIO KOREA 2025 International Convention(이하 바이오 코리아)’에 바이오 분야 초격차 스타.
  2. 윤호중 “이재명 재판은 민주주의에 대한 사법 폭거…5.12 이전 공판 중단해야” 더불어민주당 ‘진짜 대한민국 선거대책위원회’가 6일 첫 총괄본부장단 공개회의를 열고, 대법원의 최근 판결을 ‘사법쿠데타’로 규정하며 강도 높은 비판을 쏟아냈다. 대선 전 이재명 후보에 대한 재판 강행은 국민의 참정권을 침해하는 중대 사안이라는 주장이다.윤호중 총괄선대본부장은 6일 오전 중앙당사 회의실에서 열...
  3. 광복 80주년 맞아…수원 독립운동길 걸으며 항일의 얼 되새긴다 광복 80주년을 맞아 수원시가 개발한 4.5km의 근대 인문기행 코스 ‘대한독립의 길’이 일제강점기 수원의 항일정신과 독립운동의 현장을 고스란히 전하며 시민들의 역사 의식을 일깨우고 있다.수원시는 일제강점기 격렬한 저항의 흔적이 남아 있는 구도심을 중심으로 ‘대한독립의 길’ 인문기행 코스를 개발해 시민들이 독립..
  4. 인천시의회, ‘인천의정소식’ 시민기자단 모집…의정 참여 확대 인천광역시의회가 의정활동을 시민의 시각으로 생생하게 전달할 ‘인천의정소식’ 시민기자단을 오는 21일까지 모집하며, 시민의 의정 참여 기회를 한층 넓힐 전망이다.인천광역시의회는 의정활동과 지역 소식을 시민들에게 보다 가깝고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인천의정소식’ 시민기자단을 모집한다고 6일 밝혔다. 모집...
  5. 권영세 “대선 단일화 11일까지 반드시 이뤄야…실패시 비대위원장 사퇴” 국민의힘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이 대선 후보 단일화 시한을 5월 11일로 못박으며, 단일화 실패 시 비대위원장직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혔다.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6일 열린 의원총회에서 “김문수 후보와 만나 오해를 일부 해소했고, 협의를 계속해 나갈 계획”이라며 “그러나 단일화는 반드시 이뤄져야 하며, 그 시한...
  6. 인천시, ‘3.6.9. 걷기 챌린지’로 건강도 챙기고 상품권도 받는다 인천시가 걷기를 통한 시민 건강 증진과 생활 속 운동 실천을 장려하기 위해 5월 7일부터 27일까지 ‘제2차 인천 3.6.9. 걷기 챌린지’를 운영하며, 참여 시민에게는 추첨을 통해 문화상품권을 제공한다.인천광역시는 시민의 건강한 생활습관 형성을 위해 모바일 앱 ‘워크온’을 활용한 ‘인천 3.6.9. 걷기 챌린지’를 진행한.
  7. 광명시, 시민이 작가 되는 ‘책문화 창작 여정’ 본격 추진 광명시가 글쓰기부터 독립출판, 책 전시와 출판기념회까지 전 과정을 연계한 시민 창작 플랫폼 조성사업을 시행하며, 시민이 주체가 되는 책문화 도시로의 도약에 나섰다.광명시는 5월부터 ‘쓰기부터 출판까지 시민 창작 플랫폼 조성사업’을 본격 운영한다고 밝혔다. 이번 사업은 시민이 단순 수강자가 아닌 창작자로서 글을 쓰고 .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