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병합발전소와 쓰레기 소각장 등이 들어선 부천시 구 오정구는 부천시 내에서 혐오시설이 밀집된 곳이라는 인식이 박힌 곳이다. 그런 와중에 쓰레기 소각장 광역화가 예정되면서 주민들의 반발하고 나섰다. '오정구에 혐오시설을 얼마나 더 늘려야 하냐'는 것이다.
앞서 인천시가 쓰레기매립지 종료를 선언하면서 경기도와 서울시의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인천시로 보내던 쓰레기를 자체적으로 처리하게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대장신도시 건설을 앞둔 부천시도 더욱 많은 쓰레기 처분을 준비하게 됐다. 이번 광역화 사업은 그 일환이다.
부천시 “기피시설 친화시설로 바꿀 것···주민의견 수렴하겠다”
부천시는 소각장 광역화(현대화)가 절실하다는 입장이다. 현 소각장이 노후해 소각 능력이 기존보다 현저히 떨어지고, 대장신도시와 역곡지구가 들어서면 인구가 대폭 급증하기 때문이다.
광역화를 통해 서울 강서구와 인천 계양구의 쓰레기를 수용하는 것은 현 소각장을 광역소각장으로 변경할 경우 부천시의 재정 부담이 줄어들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부천시가 단독으로 현대화 사업을 추진할 경우 예상 사업비는 5616억원이며 이중 2153억원을 부천시가 부담해야 한다. 그러나 광역화하면 1267억원을 절감해 재정안정성에 도움이 된다.
부천시는 18일 오정주민센터에서 주민설명회를 열고 이같은 주장을 피력했다. 부천시 권광진 자원순환과장은 “소각장은 혐오시설이라고들 하시는데, 소각장은 필수시설인데도 기피시설로 분류될 수밖에 없는 게 사실”이라며 “이 기피시설을 주민친화시설로 바꿔나가겠다. 주민불편을 줄이고 삶의 질을 높힐 수 있는 곳으로, 주민의견을 받아서 건립하겠다”고 호소했다.
아울러 권 과장은 시민협의체를 구성해 주민들의 의견을 수용하겠다고 밝혔다. 협의체는 시민들과 공무원, 전문가, 시의원 등 20명 내외로 구성될 계획이다. 권 과장은 “협의체를 구성하겠다. (협의체로) 주민 의견을 전달해 주시면 협의체에서 수용하고 계획을 수립하겠다”고 했다.
주민들 “다른 대책 필요없어···아예 장소를 옮겨라”
이날 주민설명회에는 오정구 주민뿐만 아니라 신중동, 상동 거주자들까지 모였다. 주민들은 이에 공감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열병합발전소와 쓰레기 소각장 등 기피시설이 함몰된 지역에 소각장을 확장해 쓰레기 양을 늘린다는 결정이 지역 주민들을 전혀 배려하지 않았다는 것으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이날 한 주민은 “(주민설명회 자체가) 이미 모든 것이 정책적으로 다 한다는 조건을 만들어놓고 그 후 여기서 설명회 하고, 진행한다는 것 아니냐”고 반발했다. 주민설명회에 앞서 주민들의 동의를 구했어야 한다는 것이다.
다른 주민은 “시에서는 한다고 하는데, 우리는 무조건 안된다는 입장”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가뜩이나 좁은 땅덩어리에 무슨 강서구, 계양구 쓰레기까지 받나. 우린 아무것도 그 돈(사업비 절감액)도 필요 없다. 그 돈이 우리에게 오는 것도 아니다”고 했다.
일각에서는 소각장 광역화 반대를 넘어서 아예 소각장을 옮기라는 주장도 나왔다. 강서구, 계양구에서도 소각장이 필요하고, 한 지역에서 3곳의 쓰레기를 모두 수용해야 한다면 남은 2개 지역에 쓰레기를 옮기라는 것이다. 주민들은 “지금까지 20년 했으면 옮겨라”고 고함을 치기도 했다.
한편, 부천시가 오정구 주민들과 갈등을 빚은 건 올해 들어서 이번이 두 번째다. 앞서 부천시는 삼정동 공영주차장 일부에 수소충전소를 설치하려다 주민의 반대에 부딪힌 바 있다.
소각장 증설 저지 대책위원회와 오정미래발전협의회는 지난 13일 “수소충전소 설치가 우리 지역에 심각한 미세먼지를 줄이는 대책인 양 은근슬쩍 (삼정동에) 설치하려 하더니, 며칠 지나지도 않은 지금 또 인천과 서울의 쓰레기까지 가져다 태우겠다고 하며 주민들의 분노를 키운다”며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