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헛바퀴'만 돈 광명서울고속도로, 항동지구와의 악연 돌아보니
  • 안정훈 기자
  • 등록 2019-05-22 12:08:54

기사수정
  • 2003년 제안 이후 16년째 첫삽도 못떠···지자체·지역주민-국토부 갈등만 계속
  • 착수계 2회 연기, 1회 반려 후 승인···국토부 ‘일시중지’ 명령으로 착공 또 멈춰

2003년 건설 계획이 잡힌 이후 16년, 광명서울고속도로는 공사를 목전에 두고 주민들의 반대에 부닥쳐 첫 삽조차 뜨지 못했다. 공사에 착수하려는 서서울고속도로에 대해 국토부는 지난 달 말 2개월 시한부의 공사 '일시중지' 명령을 내렸다. 


2018년 8월 29일 현대홈타운과 항동지구 주민들의 민원에 대한 서서울고속도로 답변 내용에 실린 최초 제안노선과 현 설계노선이다. (자료=서서울고속도로)

항동지구를 지나치는 왕복 6차선의 광명서울민자고속도로(이하 광명서울고속도로)를 두고 주민과 시공사, 그리고 국토부의 갈등이 십여 년째 이어져 오고 있다. 


2003년 광명서울고속도로가 최초 제안되었을 때 구로구 항동과 광명서울고속도로는 아무 관련이 없었다. 둘 사이에 연관성이 생긴 건 천왕지구와 신정3지구를 지날 예정이던 광명서울고속도로의 통과구간이 구로구 항동지구로 바뀌면서부터다.


광명서울고속도로는 계획 당시 광명IC에서 강서IC까지 곧게 뻗어서 나갈 예정이었다. 그러나 2010년 4월 서서울고속도로가 사업성 등을 이유로 천왕과 신정지구를 우회하는 노선을 제안하면서 현재의 기형적인 S자 곡선으로 모양이 바뀌었다(사진 참조). 새로운 노선은 항동지구와 부천을 통과하고 동부천IC가 추가되었다. 


당시 항동은 보금자리주택지구로 지정되기 전이었다. 택지개발 계획이 없었으므로 그 땅을 지나도 문제는 없어보였다. 문제는 광명서울고속도로 노선변경이 확정된 한 달 뒤인 같은 해 5월, 서울주택도시공사(이하 SH공사)가 항동지구를 택지개발지구로 지정 고시하면서 비롯되었다. 이 변경된 노선으로 인해 구로구 항동이 광명서울고속도로의 범위 안에 포함된 것이다.


광명IC에서 강서IC까지 곧게 뻗어나갈 예정이던 광명고속도로 노선은 2010년 4월 서서울고속도로가 사업성 등을 이유로 천왕과 신정지구를 우회하는 노선을 제안하면서 현재의 기형적인 'S자 곡선'으로 모양이 변경되었다. 사진의 빨간색 노선은 현 설계 노선이고, 청색 점선은 계획 당시의 최초 제안 노선이다. (그래픽=서남투데이)

현재 광명서울고속도로 건설에 가장 격렬한 반대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곳은 항동지구 입주예정자들과 현대홈타운 주민들이다. 


이들은 초중학교와 아파트 아래에 왕복 6차선의 지하터널을 건설한다는 사실에 크게 반발하며, 청와대 앞 시위와 구로구청의 밤샘농성 등을 이어갔다. 


국토부는 2018년 현대홈타운 주민대표와 항동지구현안대책위원회 등이 참석한 가운데 노선변경 협상 등을 약속하는 합의문을 작성하기에 이른다. 이때 국토부는 서서울고속도로가 제출한 공사착수계를 8월로 연기했다.


구로구 항동 인근 지역 주민들은 사업 실시계획 승인고시 무효소송을 제기하는 등 광명서울고속도로 건설 반대활동을 펼쳤다. 국토부는 2018년 10월 31일로 착수계 제출 시한을 또한번 연기했다.


2018년 10월 31일, 서서울고속도로는 태영건설과 공사 수주 계약을 전격 체결하고 국토부에 공사 착수계를 제출했다. 주민들은 ‘약속 위반’이라고 분노했다. 서서울고속도로는 사업 시행사로서 당연히 해햐 할 절차를 수행한 것 뿐이라고 반박했다.


서서울고속도로가 제출한 착수계는 이번에도 국토부에 의해 반려됐다. 2023년으로 예정된 도로 개통도 연기됐다. 착수계가 두 번 연기되고 한 번 반려되면서 광명서울고속도로 건립은 또다시 미뤄지게 됐다.


해가 바뀐 2019년 2월, 국토부는 '지역주민과의 합의 없이 지하안전영향평가 검토를 하지 않을 것과 협의체 구성 및 논의'를 약속했다. 


2019년 3월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연내착공을 기정사실화하면서 광명서울고속도로 공사의 표류는 끝날 것처럼 보였다. 문재인 정부가 경제 활력 제고를 위해 광명서울고속도로를 포함한 13개 대형 민간투자 사업의 착공을 앞당기기로 발표한 것이다.


서서울고속도로 또한 이에 발맞춰 3월 27일 착수계를 제출했다. 항동지구 주민들은 “국토부는 (주민)협의체와의 합의 없이 착수계를 받아들였다”면서 반발했다. 지역구 의원 사무실이 있는 개봉역과 항동지구 분소에서 매주 모여 주말집회를 이어갔다.


주민 반대에 부닥친 국토부는 결국 또 한 번 공사 중지를 결정했다. 국토부는 2019년 4월 30일, 서서울고속도로 측에 ‘일시 중지’ 명령을 내렸다. 국토부는 “주민설명회 개최 등 적극적인 주민과의 협의"를 주문했다. 일시중지 기간은 5월 1일부터 6월 30일까지 2개월이다.


6월 30일 ‘일시중지’ 시한이 끝난 후 공사가 강행될지, 주민들과 국토부가 원만한 합의를 이뤄낼지, 그것도 아니면 공사가 취소되거나 항동지구를 우회하게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구로구 항동 주민들은 광명서울고속도로 건설에 반대하는 집회를 매주 토요일마다 개최했다. 해당 사진은 4월 개봉역서 개최됐던 집회. (사진=김대희 기자)

현재 서서울고속도로 측은 유튜브 영상을 제작하고, 홍보 카페 등을 개설하면서 주민과의 대화를 주문한 국토부의 명령에 부응하는 모양새를 취하고 있다. 주민들의 반응은 냉담하다. 주민들은 서서울고속도로 측이 제시한 자료들이 일방적인 홍보 수준을 넘어서지 못했다고 비판하면서 보다 성의있는 대화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항동지구 주민들은 오는 25일 청계천 광장에서 광명서울고속도로 건설 반대 집회를 예고한 상태다. 집회가 끝난 후에는 청와대까지 행진하며 광명서울고속도로 반대 의사를 분명히 할 계획이다.


한편 광명서울고속도로는 항동만의 문제는 아니다. 부천시, 광명시, 서울시 구로구와 강서구는 승인 고시 철회 및 재검토 촉구 건의를 국토부에 전달했다. 구로구는 앞으로 들어설 아파트단지와 항동초·중학교 지하를 관통하는 문제를 이유로 노선 변경을 요구했다. 광명시는 지상구간의 지하화를 요구했으며, 부천시는 인접한 까치울 정수장 등 자연시설을 지키기 위해 지하화를 요구했다. 강서구도 방화동 주민들의 소음과 분진, 교통정체를 우려해 반대하고 나섰다.


다음은 광명서울고속도로 건설 관련 경과 연표이다. 


■광명서울고속도로 경과 연표


2003.07. 코오롱건설, 사업제안서 제출

2007.12. 코오롱건설 컨소시엄, 우선협상자 선정

2008.08. 광명서울민자고속도로 노선변경 협의 시작

2008.08. 서서울고속도로㈜ 설립

2010.04. 기본설계VE 완료(노선 변경)

2010.05. 항동지구 보금자리주택지구 지정

2013.04. 환경영향평가서 주민 설명회(~2013.05)

2013.06. 주민설명회 생략 공고

2014.03. 광명서울민자고속도로 실시계획 인가신청

2014.03. 강서구, 광명서울민자고속도로 실시게획 인가신청에 대한 성명 발표

2014.10.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위원장에게 4개 지자체장 건의서 제출


■2018년 이후 연표


2018.02.20. 서서울고속도로 실시계획 승인고시 발표

2018.04.01. 4개 지자체장, 국토부에 실시계획 승인고시 철회 및 재검토 촉구 건의 전달

2018.04.11. 구로구 지역 4대 주민현안 구로구청 항의규탄 집회

2018.04.21. 항동지구 현안대책위원회, 청와대 앞서 촛불문화재

2018.04.27. 부천시의회, 광명서울고속도로 동부천IC 전면 재검토 촉구 결의안 채택

2018.05.05. 현대홈타운, 국토부, 서울국토청, 구로구청, 항동지구대책위, 노선협상 실시 합의

2018.05.19. 공사착수계 08.19로 제출기한 연기

2018.05.21. 수목원 현대홈타운 비대위, 사업 실시계획 승인고시(국토부) 무효소송 제기

2018.07.23. 수목원 현대홈타운 비대위, 구로구청 농성

2018.07.27. 공사착수게 10.31로 제출기한 재연기

2018.07.27. 항동지구 현안대책위, 실시계획 승인고시 무효소송 제기

2018.10.31. 태영건설, 광명서울고속도로 수주 공시 / 서서울고속도로, 착수계 제출

2018.11.09. 국토부, 착수계 반려

2018.11.22. 부천, 광명, 강서, 구로 등 4개 지역 시민단체 세종청사 앞서 집회

2019.02.19. 인천 삼두아파트, 항동지구 대책위, GTX-A노선 후암·동자·갈월 대책위, 터널 한경학회 국회 정론관서 공동 기자회견

2019.02.22. 국토부-항동 주민들, 합의 없이 지하안전영향평가 하지 않겠다는 합의

2019.03.13.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 “광명서울고속도로 등 13개 민자사업 연내 착공” / 항동 주민들 항동초등학교 앞서 촛불집회

2019.03.18. 광명서울민자고속도로 통과지역 공동대책위, 청와대 앞서 기자회견

2019.03.27. 서서울고속도로, 착수계 제출

2019.04.10. 착수계 접수

2019.04.27. 항동현안대책위, 개봉역 등서 집회 계속(7차 집회, 매주 토요일 집회)

2019.04.30. 국토부, 착수계 일시 중지 명령

2019.05.25. 항동현안대책위, 청계천 광장 앞서 청와대 행진 등 ‘대대적 집회’ 예고(예정)



관련기사
TAG
0
  • 목록 바로가기
  • 인쇄


서초구
국민신문고
HOT ISSUE더보기
많이 본 뉴스더보기
  1. 군포시, 공동주택 신축공사장 우기 대비 간담회 및 안전점검 추진 군포시는 6월 4일 관내 공동주택 신축공사장 관계자들과 함께 우기 대비 간담회를 개최했다.현재 군포시에서 공사가 진행 중인 공동주택 신축현장은 ▲금정동 146-3번지 일원 `금정역 푸르지오 그랑블`(벌터·마벨지구 B-1블럭) ▲ 둔대동 57번지 일원 `군포대야미 대방디에트르 시그니처`(군포대야미 공공주택지구 B3블럭) 등 총 2개 단지이...
  2. 도성훈 인천시교육감, 교원단체 및 교원 노동조합과 간담회 개최 도성훈 인천광역시교육감은 4일 학교 현장 지원 강화 방안 마련을 위해 현장의 의견을 청취하고자 교원단체 및 교원 노동조합 대표자들과 간담회를 실시했다.간담회는 교원의 어려움을 직접 듣고 정책에 반영해 학교가 수업과 생활지도에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마련됐다.주 내용은 민원 대응 체계 정비, 교권 및 교육활동 보...
  3. 계양구, 어린이 등굣길 `교통안전 캠페인` 실시 인천광역시 계양구(구청장 윤환)는 5일 오전 신대초등학교 통학로 일대에서 교통안전시설과 도로 환경을 사전 점검하고, 어린이 교통사고 예방 및 운전자 법규 준수 유도를 위한 교통안전 캠페인을 실시했다.이번 캠페인에는 윤환 구청장을 비롯해 계양구청 관계 부서, 녹색어머니연합회, 계양경찰서, 계양모범운전자회, 학교 관계자 등 30..
  4. 금천구, 거미줄 같은 전깃줄 정비…도심 하늘 연다 금천구(구청장 유성훈)는 12월까지 독산3동 지역의 도시미관을 훼손하고 보행자의 안전을 위협하는 전선, 통신선 등 불량 공중케이블을 정비한다고 밝혔다.주요 대상지는 문성로∼독산로 저층 주거지 일대, 문성중∼난곡중, 금천문화예술정보학교, 모두의학교 인근 등이다. 해당 지역은 공중케이블이 제대로 정비되지 않아 주민과 학생..
  5. 서울시 하수도사용료 9.5% 인상…노후 하수관 개선 박차 서울시는 5일 물가대책위원회를 통해 2026년부터 2030년까지 하수도사용료를 연평균 9.5% 인상하는 방안을 심의 통과시켰으며, 이 안은 9월 시의회 조례 개정을 거쳐 시행될 예정이다.이번 인상안은 시민 안전과 직결된 노후 하수시설 개선을 위한 재원 확보에 중점을 두고 마련됐다. 서울시의 2023년 기준 하수도요금 현실화율은 56%로 전국 특&mi...
  6. 2025 세계 환경의 날 성료…플라스틱 오염 종식 다짐 제주국제컨벤션센터에서 이틀간 열린 `2025 세계 환경의 날` 기념식과 부대행사가 19개국 대표단과 1만여 명이 참여한 가운데 성황리에 마무리됐다.2025 세계 환경의 날 기념식은 지난 2023년 9월, 미국 뉴욕 유엔환경계획(UNEP) 사무소에서 진행된 환경부·UNEP 고위급 면담을 통해 한국이 개최국으로 결정되면서 마련됐다. 이후 2024년 10월 28일...
  7. LG유플러스 "해외 로밍 고객도 유심보호서비스 이용 가능해요" LG유플러스는 여름 휴가철을 앞두고 해외 로밍 상품에 가입한 고객도 유심보호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기능을 개선했다고 5일 밝혔다.유심보호서비스는 타인이 고객의 유심 카드나 이심(eSIM)을 도용해 다른 사람의 기기에서 사용하는 행위를 원천 차단하는 서비스다.유심보호서비스에 가입하면, 고객의 유심 정보와 단말 정보가 연동 관.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