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도심 집회를 금지한 가운데, 故 문중원 경마기수 유가족이 운구차량을 지키기 위해 설치했던 정부청사 앞 농성장도 27일 강제로 철거됐다.
시민사회단체 활동가들은 서로의 몸을 끈으로 연결한 뒤 격렬하게 저항했지만, 종로구가 동원한 용역에 의해 끌려 나왔다.
문 기수의 아내와 장인 등 유족도 천막 안에서 숨죽여 저항했지만 철거는 그대로 진행됐다.
천막농성장에 대한 철거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고 문중원 기수 시민대책위 관계자와 구청·용역 직원 등이 약 1시간 40분 동안 대치를 벌였다. 이 천막농성장은 세종로소공원 내 문 기수의 시신이 안치된 운구차와 시민분향소 관리 등 목적으로 시민대책위와 유가족이 지내는 곳이다.
천막을 철거하려는 구청 용역 직원과 이를 저지하려는 시민대책위 관계자들 간 대치가 이어지면서 곳곳에서 욕설이 터져 나오고 몸싸움이 발생했다. 천막의 철골 구조물이 쓰러지는 등 위험한 상황도 연출됐다.
용역이 상황실 천막을 철거한 뒤 세종로공원에는 분향소와 운구차를 둘러싼 천막 만이 남았다.
모든 것이 철거된 뒤 열린 기자회견에서 문중원 열사 아버지 문군옥 씨는 "우리가 요구하는 것은 많은 것이 아니다. 더이상 부산경남경마장에서 기수와 마필관리사가 죽지 않게 해달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대책위 측 참가자 4명은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경찰에 현행범 체포됐다. 문 기수의 아내 오은숙씨를 포함해 공공운수노조 관계자 등 4명은 병원으로 이송됐다.
서울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서울시 도심 집회가 금지된 가운데 그간 대화를 통한 자진철거를 위해 노력을 했지만, 장기 불법 점거에 따라 시민의 안전과 법질서 확립을 위해 불가피하게 행정대집행을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시민대책위는 행정대집행 직후 긴급 입장문을 내고 "공공기관 마사회의 책임기관인 정부에 호소해 온 유족과 시민들의 애끓는 외침을 외면과 무시로 일관한 문재인 정권이 (고 문중원 기수 사망) 91일 만에 내놓은 대답은 고인의 빈소 강제철거와 시신탈취 시도였다"고 비판했다.
이어 "정부가 진상규명 등 문제해결을 위해 어떤 진지한 노력의 모습이라도 보였다면 이해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며 "유족들과 대책위는 '죽음을 멈추는 희망버스' 집회를 스스로 취소하는 등 정부의 코로나19 방역 대책에 최선을 다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정부가 이 정권에 대한 모든 기대를 접으라면 우리는 더이상의 미련을 갖지 않겠다"며 "정부가 스스로 촛불의 정신을 부인하고 배신하는 한 이 정권이 촛불을 계승한 국민의 정권이라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