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사회의 부조리를 고발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고 문중원 기수 장례가 우여곡절 끝에 사망 100일을 넘겨서야 치러졌다.
2019년 11월 29일, 주검 발견 유서로 마방심사 비리 고발
지난해 11월 29일 고 문중원 기수는 조교사의 부당한 지시와 조교사 개업 심사 부조리, 마사회 부정 경마와 등을 고발하는 유서를 남기고 스스로 세상을 등졌다.
고인의 유서에는 “도저히 앞이 보이질 않는 미래에 답답하고 불안해서 살 수가 없다.” “모든 조교사가 그런 건 아니지만 일부 조교사의 부당한 지시에 놀아나야 했다.”고 적혀 있었다.
유서에는 또 조교사가 되고자 면허를 취득했지만 채용 비리 문턱에 막혔다는 내용도 있었다. 고인은 '하루빨리 조교사를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조교사 면허를 받았지만 부조리한 선발 과정 탓에 마방을 받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면허 딴 지 7년이 된 사람도 안 주는 마방을 갓 면허 딴 사람에게 먼저 주는 일이 있었다. 높으신 양반들과 친분이 없으니 안 됐다'는 고백을 통해 조교사 개업 심사가 투명하지 못하다는 점을 밝혔다.
유서가 공개되자 비판이 일기 시작했다. 고인을 포함해 2005년부터 7명이 숨진 부경경마공원에 대한 조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커졌다.
마사회에 대한 문제 제기가 터져 나온 것은 이미 오래되었다. 그러나 마사회는 조직 쇄신은커녕 책임회피에 급급한 모습만 보일뿐 책임지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12월 27일, 서울 투쟁 결정 70여 개 단체 대책위 구성
유가족은 이같은 마사회 부조리에 맞서 고 문중원기수의 장례를 미루고 투쟁을 했다. 그러나 마사회가 응답을 하지 않자 지난해 12월27일 고인의 시신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인근 운구차에 안치했다.
정부서울청사 옆에는 시민분향소도 마련됐다. 유가족과 시민대책위는 108배, 추모문화제, 청와대 행진 등을 열며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재발방지 대책 마련 등 세 가지 요구안 수용을 촉구했다.
2월 27일, 서울시, 청부서울청사 인근 농성장 강제 철거
고 문중원 기수 아내 오은주씨, “분향소 철거때 가장 힘들고 참담”
유가족은 거대한 마사회와 외로운 싸움을 하고 있었다. 서울시는 지난달 27일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이유로 농성장을 강제철거했다. 코로나19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고 하기에는 유가족보다 더 많은 숫자의 용역사람들과 공무원들은 이해하기 힘든 상황이었다.
이에 유족들과 대책위는 철거를 필사적으로 저지했지만, 결국 농성장은 처참하게 철거되었다. 하지만 유족은 무기한 단식농성에 들어가며 투쟁을 멈추지 않았다.
3월 6일, 재발방지안 합의 "마사회 청산 이제 시작"
故 문중원 기수 우여곡절 끝에 102일 만에 영결식
지난 6일, 마사회와 재발 방지안에 합의하면서 뒤늦게 마사회가 기수 죽음이 재발하지 않도록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합의안에는 ▲부산경남 경마시스템·업무실태에 관한 연구용역 ▲책임자 처벌 ▲경쟁성 완화와 기수 건강권 강화, 소득안정 등을 위한 제도 개선 ▲조교사 개업심사 변화 등이 담겼다.
지난 7일 오전 정부서울청사 인근에서 열린 합의서 설명 기자회견에서 고인의 부인 오은주씨는 “남편이 차가운 길 한복판에 누워 있었지만 제 곁이었고, 그래서 보내 줄 수 없었고 보내기 싫었다”며 “저는 더 강한 엄마가 되기 위해 일상으로 돌아가 투쟁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제 남편의 죽음에 아파해 준 모든 분들에게 감사드린다”고 인사했다.
그러나 9일 마사회 부산경남본부는 합의서 공증을 놓고 다시 유가족과 대치했다.
모든 게 다 끝난 건 아니다. 무엇보다 마사회 부패구조를 바꾸는 일이 남았다. 부당한 지시를 거부하면 말을 타지 못해 생계를 유지할 수 없는 현실이 반복되는지, 마사대부 과정에서 비리는 근절하는지 지켜봐야 한다.
시민대책위가 '마사회 적폐권력 해체를 위한 대책위원회'로 전환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제8의 죽음을 막기 위한 마사회 청산은 이제 다시 시작이다. 마사회는 다시는 고 문중원 기수와 같은 죽음이 나오지 않도록 유족과 한 약속을 지켜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