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항공과의 인수협상이 무산된 이스타항공이 700여명의 직원을 정리해고할 방침인 가운데 조종사노조가 “1600명 중 400명만을 살리겠다는 기업해체 수준의 인력감축 시도를 중단하고 고통분담을 함께 살자는 노조의 목소리를 들어라”고 촉구했다.
이스타항공 조종사노조는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정의당과 기자회견을 열고 이스타항공의 창업주인 이상직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비판하고 정부와 여당에도 대량해고를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상진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지금까지 저비용항공노동자들은 공공의 편익증대와 산업발전에 이바지한다는 자부심으로 밤낮없이 최선을 다해왔고, 정부와 자본은 고통분담을 일방적으로 노동자에게만 전가시키며, 이제는 어쩔 수 없다며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며 비판했다.
노조에 따르면 이스타항공은 올해 상반기에 항공기를 9대 반납하고 최근 8대를 추가 반납해 6대만 운영한다. 이에 따라 인력도 400여명 수준으로 감축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를 위해 현재 직원 중 700여명을 감축할 계획이며, 31일까지 구조조정 명단을 발표할 예정이다.
이에 노조는 기업 회생을 위한 고통분담을 제시했다. 현 직원을 3개조로 편성해 1개월은 근무하고 2개월은 순차적으로 무급휴직을 하자는 것이다.
노조는 이스타항공이 이러한 제안마저 거부했다고 밝혔다. 노조는 “경영진은 이러한 고통분담안에 대해 진지하게 고려조차 하지 않고 상반기에 그랬던 것처럼 또다시 정리해고 등 인력감축에만 몰두하고 있다”고 비판헀다.
박이삼 이스타항공조종사노조 위원장은 이상직 의원에 대해 “이상직 의원은 이스타항공의 실소유주이자 경영권을 행사하면서도 이스타항공노동자들의 생존권 박탈에 대해 아무런 책임을지지 않고 있다”며 “무엇보다도 재매각을 추진하면서 이스타항공을 살리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공언했지만 불투명한 지배구조와 수많은 의혹들에 대해 밝히고, 그 과정에서 부당하게 축적한 재산이 있다면 모두 내려놓는 게 우선이지만 제3자인 듯이 행동하며 정부와 지자체의 지원만 요구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부여당과 정부당국에는 코로나19로 말미암은 대량해고를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스타항공 사태는 코로나19 사태로 똑같은 어려움에 처한 기업들의 미래일 수 있다. 우려했던 대량해고가 현실화하고 있는 것”이라며 “기업주가 조금도 손해보지 않기 위해 손쉽게 노동자들을 길거리로 내모는 일이 벌어져서는 안 된다. 코로나19 사태를 구조조정의 기회로 악용하는 짓을 막아야 한다. 정부가 그것을 묵인하거나 종용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