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남투데이=안정훈 기자] 이스타항공을 인수할 예정이던 제주항공이 ‘영입일 기준 10일 내 3월 이후 발생한 채무를 해결하라’고 통보한 것에 대해 이스타항공 조종사노조가 “불가능한 일을 하라는 것”이라며 규탄했다.
조종사노조는 3일 제주항공의 모기업인 애경그룹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체불 임금, 각종 미지급금 등 800억에 달하는 부채를 15일 내로 갚으라니 전혀 불가능한 일을 하라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들은 “MOU 체결 후 자신들이 구조조정을 지시해 왔고, ‘코로나19로 인한 책임은 계약과 무관하다’는 내용을 계약서에 담아놓고도 3월 이후 발생한 부채를 갚으라니 날강도나 다름없다”고 목소릴 높였다.
항공업계에 따르면 제주항공은 지난 1일 이스타항공 측에 선결 조건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3월 이스타항공 M&A를 위한 주식매매 계약을 해지한다는 내용이 포함된 답변서를 발송했다. 제주항공이 요구한 선결 조건은 ▲이스타항공의 태국 현지 총판 타이어스타젯이 항공기를 임차하는 과정에서 이스타항공이 채무(약 373억원)를 지급 보증한 사안을 해소하고 ▲2~5월 이스타항공 임직원에게 체불한 임금(240억원)과 ▲조업료·운영비 등 각종 미지급금을 책임져야 한다는 것 등이다. 이 조건을 모두 해소하려면 최소 800억원 이상이 들 것으로 예측된다.
조종사노조는 “무려 250억원에 달하는 1600명의 임금 체불이 해결되지 않고 5개월째 쌓여왔다”며 “노동자들이 고통을 겪고 있는 것은 제주항공 측이 지시하거나 깊이 관여한 구조조정과 임금 체불 때문”이라며 “우리는 제주항공에 580여명의 일자리를 빼앗고 250억의 임금을 체불하고도 모자라 1600명 노동자들의 고용을 벼랑으로 내몬 책임, 제주항공의 독점적 지위를 위해 이스타항공을 파산으로 내몬 책임을 모두 물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날 조종사노조는 “이스타항공 노동자들이 비상대책위를 구성해 제주항공을 규탄하는 투쟁을 결의했다”며 “각계각층의 시민사회단체들과 함께 연대를 만들고 투쟁을 확대해나갈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편, 이날 노조는 이적주 전 제주항공사장과 최종구 이스타항공 사장이 지난 3월 20일경 나눈 통화 녹취록을 공개했다.
녹취록에 따르면 최 사장이 “희망퇴직자에겐 체불임금을 주지만 나머지 직원은 제주항공이 줘야하지 않겠나”라고 말하자 이 전 사장은 “딜 클로징을 빨리 끝내자. 그럼 그 돈으로 하면 된다”고 답했다. 노조는 이를 제주항공 측이 임금 체불의 책임을 방치한 것으로 판단했다.